은행권 "이자로 먹고사는 시대는 갔다"

"기준금리 인하 예상부합…시장금리 하락 둔화 예상"
이자마진 축소 불가피…유동성 함정 위기감 제기
  • 등록 2009-01-09 오전 11:40:59

    수정 2009-01-09 오후 12:05:15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직후 다소 긴장의 끈을 푸는 모습이다.

어제(8일)까지만해도 기준금리 인하 폭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우려감에 시장금리가 급락했지만, 예상치에 부합한 0.5%포인트 인하가 발표되자 안정감을 찾고 있다.

다만, 은행들은 기준금리 2.5%시대에서 전통적인 여수신으로 수익을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정책금리가 2.5%로 종전보다 0.5%인하된 것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0.5~1.0%포인트 범위에서 내릴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086790) 소속 하나은행이 이날부터 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0.5~0.6%포인트 내린 것을 시작으로 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줄줄이 예고돼있다.

시중은행 수신부 관계자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정책금리 인하 폭이 예상치에 부합해 당초 계획을 크게 변경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4%대로 내려오고 높아도 5%에 턱걸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시장금리가 무섭게 하락해 이미 정책금리 하락을 선반영했기 때문에 오히려 오늘은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앞으로는 금리 하락 속도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 8일 하루만에 0.67%포인트 급락한 3.2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민평3사 평균 기준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3.75%로 한 달만에 반토막났다.

은행들은 이 같은 시장금리 급락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금리는 CD 등 시장 금리와 연동해 실시간 변동하는 반면 예금금리의 경우 은행이 정책적으로 조정하고 있어 시장 금리 반영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적정성 기준이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연 7~8%대 고금리로 판매한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채 등을 감안하면 순이자마진(NIM) 급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이제 이자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은행의 이자마진이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연금이나 이자로 노후생활을 꾸리고 있는 개인들도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은 상황이지만 금융권에서만 돌고 있고 실제 소비나 투자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며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과 정부가 실물경기 위축을 막고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기위해 금리하락을 계속 유도해왔다"며 "줄어든 금리 부담만큼 소비와 투자가 확대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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