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는 스위스 태생의 독일 극작가 막스 프리쉬의 희극 속 한 구절을 소개하며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두툼한 책 한 권을 보여줬다. 지난해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어로 번역 출간한 ‘미지의 다양성’이라는 책이었다. 지난 2014년 독일어로 출간한 이 책은 1960~197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를 비롯해 알려지지 않은 한인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이민자 유입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55년 게스트 워커(근로자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이탈리아, 터키 등에서 이민자를 받기 시작했다. 이민자 후손들이 사회에 정착하자 2004년 의회에서 이민법을 제정했고, 2022년 구직자가 독일에서 6개월간 체류하며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대표적인 이민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60여 년 전 광부와 간호사 2000여 명이 독일로 파견 간 뒤 절반 정도는 현지에 정착해 이민자로 남았다.
그는 “독일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맥주를 잘 마시고, 소시지를 잘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외모와 복장, 음식 등을 독일식으로 따라하는 것보다 독일 법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는 사회통합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슈미트 대사는 “독일은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의 노동력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한편으론 취업이 제한된 난민들은 많은 데다가, 극소수는 범죄까지 저지르면서 일부 불만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민자와 난민을 명확하게 구분해 내야 하는 게 독일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는 노동력 부족으로 필요에 의해 데려온 것인 만큼 이민자들에게 법을 잘 지키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적극 지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독일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게 집중적인 언어교육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