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잘 마셔야 독일인 되는 거 아냐…법 준수가 기본"

[대사열전]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②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
독일, 유럽 내 이민정책 모범생
이민 프로그램서 이민법 제정 단계 거쳐
사회통합 기본은 법 준수…언어교육 등 지원 필요
  • 등록 2024-10-20 오후 6:36:23

    수정 2024-10-20 오후 6:58:4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우리는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왔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는 스위스 태생의 독일 극작가 막스 프리쉬의 희극 속 한 구절을 소개하며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두툼한 책 한 권을 보여줬다. 지난해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어로 번역 출간한 ‘미지의 다양성’이라는 책이었다. 지난 2014년 독일어로 출간한 이 책은 1960~197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를 비롯해 알려지지 않은 한인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슈미트 대사는 “독일은 과거에도 이국인 노동자가 많이 유입되며 1960년대에 게스트 노동자라는 단어를 썼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 아니라는 개념이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이민자 정책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최근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에는 큰 울림을 주는 발언이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이민자 유입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55년 게스트 워커(근로자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이탈리아, 터키 등에서 이민자를 받기 시작했다. 이민자 후손들이 사회에 정착하자 2004년 의회에서 이민법을 제정했고, 2022년 구직자가 독일에서 6개월간 체류하며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대표적인 이민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60여 년 전 광부와 간호사 2000여 명이 독일로 파견 간 뒤 절반 정도는 현지에 정착해 이민자로 남았다.

슈미트 대사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독일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라면서 “이민 1세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독일어를 잘 가르치고, 독일 제도권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게 하며 독일 사회에 잘 통합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맥주를 잘 마시고, 소시지를 잘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외모와 복장, 음식 등을 독일식으로 따라하는 것보다 독일 법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는 사회통합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이민자 정책의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사회통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이민자와 난민 위장 불법 이주자가 뒤섞여 있는 탓에 이로 인한 사회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슈미트 대사는 “독일은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의 노동력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한편으론 취업이 제한된 난민들은 많은 데다가, 극소수는 범죄까지 저지르면서 일부 불만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민자와 난민을 명확하게 구분해 내야 하는 게 독일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는 노동력 부족으로 필요에 의해 데려온 것인 만큼 이민자들에게 법을 잘 지키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적극 지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독일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게 집중적인 언어교육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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