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약 3개월 만인 지난 25일 검거되면서 유씨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유씨 일가의 범죄 규모 2400억원 중 대균씨의 혐의 액수는 99억원 수준이고, 차남 혁기(42)씨가 경영 비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대균씨를 상대로 나머지 유씨 일가의 범죄사실을 밝혀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대균씨에게 현재 적용된 죄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이다. 혐의 액수는 99억원이다.
대균씨는 부친인 유씨 및 송국빈(62·구속기소) 다판다 대표이사 등과 공모해 유씨 일가의 다른 계열사로부터 상표권료와 컨설팅 비용을 지급받는 등의 수법으로 99억원 상당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유씨 일가의 횡령 및 배임 혐의 액수는 총 2400억원이다. 이 중 이미 사망한 유씨가 1291억원으로 가장 많고 혁기씨와 장녀 섬나(48)씨가 각각 559억원과 492억원이다. 혁기씨와 섬나씨가 일가의 경영 비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실제 이미 기소된 계열사 대표 8명 중 일부는 첫 재판에서 혁기씨와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대균씨는 상당 기간 예술가로 활동해 온 점으로 미뤄 유씨 일가 소유 계열사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내부에서도 대균씨의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세월호 실소유주 일가 처벌과 책임재산 환수를 위해서는 혁기·섬나씨, 김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혁기씨는 미국에서 도피 생활 중이고, 프랑스 당국에 체포된 섬나씨는 범죄인 인도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수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