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대저대교 건설에 국비 154억 7000만원을 확보했다며 오는 2029년까지 완공하겠다고 호언했다.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대저대교 공사가 시작되면 낙동강을 찾는 철새들의 서식지는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우려한 환경부가 부산시에 대안을 제시했지만, 부산시가 거부하면서 ‘난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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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생태계는 비가역적이다. 개발사업으로 훼손되면 오랜 시간 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복구를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 등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사업 등을 수립·시행할 때 환경에 미칠 영향을 예측·평가하고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환경부가 지난해 6월 ‘멸종위기종인 큰고니 서식지에 피해를 준다’며 제시한 대저대교 건설 4가지 대안에 대해 “곡선 도로라 안전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부산시는 2019년 거짓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반려된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다. 부산시 의뢰로 일부 조작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용역 수행 업체 대표는 검찰로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조작이 확인되자 부산시는 환경청·시민단체와 2020년 12월 3일 ‘대저대교 노선 선정을 위한 겨울 철새 공동조사’ 협약을 맺고 최종 노선을 결정하기로 합의했으나 무산됐다.
부산시 “생태습지 조성” VS 시민단체 “그것조차 꼼수”
부산시는 대저대교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로 감당하기 어려운 ‘차량 교통량’을 꼽는다. 낙동강을 횡단하는 기존 교량 8개의 하루 적정 교통량은 60만8000대인데 오는 2025년이면 하루 73만6000대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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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환경단체인 ‘습지와 새들의 친구’ 박중록 대표는 “부산시가 생태습지를 조성하겠다는 곳은 갈대밭과 버드나무가 있어 이미 생물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생태계가 형성된 곳”이라며 “부산시는 공원에 살던 생물들 쫓아내고 저수지를 만들어 큰고니 등의 서식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낙동강 하류 교량 간격에 따른 큰고니 월동 개체수 차이 연구’에서 “낙동강 하구 일대는 야생조류 서식처로서의 가치가 인정돼 보호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음에도 각종 개발과 내부의 교량 건설 등으로 큰고니를 포함한 멸종위기 야생조류의 서식처 기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교량 자체뿐만 아니라 교량을 지나는 차량 움직임 및 소음 등이 큰고니에 위협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산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환경정책과와 부산발전연구원과 함께 낙동강 생태계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해 분석한 결과 교량이나 구조물에 의한 영향보다는 쉼터와 먹이터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습지 조성에 대해 외부에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에)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거짓 환경영향평가서 제출 논란에 대해선 “거짓으로 판정을 받고 반려됐지만, 이후 보완 조사를 거쳤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부산지방경찰청에서 수사한 결과 부산시가 제출한 조사 대장에서 일부 사실과 다른 것이 발견된 것”이라며 “조사를 나간 사람의 숫자와 조사 진행 시간이 사실과 일부 다르다고 해서 조사를 안 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