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 카드사들이 벌이는 협상 과정에서 물밑 힘겨루기가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카드 결제가 가능했던 보험사가 카드 결제를 갑자기 중지하거나 중지했다가 협상이 타결돼 다시 재개하는 등 혼전이 빚어지고 있다.
◇ 보험사 카드사 왜 싸우나
보험사들에게 있어서 보험료의 카드결제는 `양날의 칼` 같은 주제다. 첫 회 보험료는 카드로 받는 것이 보험계약을 빨리 확정하는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2회 보험료부터는 자동이체나 현금납부가 낫다. 카드로 결제할 경우 2%대의 카드가맹점 수수료 만큼 보험사에 들어오는 보험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카드 결제로 인한 득 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게 보험사들의 평가다. 그렇다고 갑자기 카드를 받지 않으면 기존 고객들의 민원이 많아져 정부차원에서 카드 결제를 막아주기를 기다렸다. 그런 배경으로 지난 6월 여전법 개정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보험료의 카드결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넣기 위해 치열한 물밑 로비를 펼쳤지만 결국 좌절됐다.
다만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카드사의 개별 계약을 통해 일부 상품의 카드 결제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제한적 가맹점 계약'의 유권해석을 내려주면서 보험사들과 카드사들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보험사들은 가능한 카드 납부가 가능한 보험상품을 줄이고,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게 목적이다. 이 때문에 순수보장성 보험, 즉 해약환급금이 없는 정기보험과 어린이보험 등만 카드 결제를 받고, 보장성보험 중 종신보험과 연금보험 저축성보험 등은 카드 결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카드사에 제시하고 있다.
또 앞으로 순수보장성 보험의 카드 결제 건수가 많아질 것에 대비해 수수료도 현행 2.0~3.29%대에서 1.5%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카드사들은 이번 여전법 개정으로 모든 상품의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만큼 가능한 많은 상품을 현행 수수료대로 받기를 원하고 있다.
◇ 삼성생명 '절반의 성공', 교보생명 협상 결과 '주목'
가장 먼저 협상을 끝낸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032830)은 그동안 고객들에게 삼성카드(029780)만 받아왔는데 삼성카드와 협상이 난항을 겪자 지난달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는 등 강공을 폈다.
결국 카드 결제 대상을 순수보장성보험으로 제한하는 것에 합의, 50여일간 중단됐던 카드 결제가 이번 주중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수수료는 현 2.7%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열사간 협상에서도 수수료를 낮출 수 없었다는 부분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카드사들이 수수료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보험업계가 협상의 결과를 주목하는 곳은 교보생명이다. '빅3 생보사' 중 카드결제 고객이 8만여명으로 가장 많은 교보생명은 현재 7개 카드사와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협상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최근 고객들에게 '카드사들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다음달부터는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보험료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만약 다음달부터 실제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면 보험 계약자들로부터 쏟아질 민원은 카드결제 고객이 8000여명에 불과한 삼성생명에 비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카드를 안받자니 기존 결제 고객들의 민원이 우려되고, 다 받으면 수수료 지출이 걱정돼 하루 빨리 유리하게 협상을 끝내야 한다. 그러나 아쉬울 것이 없는 카드사들은 느긋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기본적으로 한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 상품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 침해로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다"며 "수수료도 적정 수준에서 합의해야지 현재 보험사들이 원하는 1%대는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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