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출가의 맹랑한 감각 덕분에 비실비실 웃다가 어느새 무대를 직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가 지불하고 있는 시대적 대가의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짧은 에피소드 13편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어린 소녀들을 광장에 모이게 했던 ‘촛불 정국’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그럼, 누가 2MB를 찍었나?’에서는 일자리 창출만을 믿고 대선투표에 나섰던 20대들의 고해성사가 이어진다. 직설적인 표현이 어두운 객석에 앉아 있어도 흠칫 놀랄 정도다.
‘비교체험 극과 극’에서는 세대간 얼마나 다른 시대를 살아왔나 돌아보게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1970~80년대로 돌아간 20대의 눈으로 보면 유신세대, 386세대의 캠퍼스 풍경은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점투성이다. 특히 긴급조치로 휴교령이 내려지고, F학점으로 성적표에 ‘쌍권총’이 그려져도 “대학생이 무슨 취직 걱정을 하냐? 졸업장만 있으면, 다 골라가며 들어가지. 학생 지원처에 가봐. 대기업 입사원서 쌓였어”라며 의기양양해한다.
‘취업 6종 세트’를 통해서는 학벌·학점·영어·인턴·봉사 등 모든 조건을 갖췄지만 마지막 1종 ‘부모의 학력·재력’이 모자라 취업에 실패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불법 라디오 방송’에서는 청취자가 보내온 사연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실화를 전한다. KTX 여승무원의 사연, 학자금 대출을 못받아 동동대다 자살한 어느 대학생, 백수생활에서 탈출해 시급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희망 없는 20대 등.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는 분명 20대의 일면만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단면도에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 정밀도처럼 그려져 있어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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