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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점은 지난 7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다. 이날 조국 장관 가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감을 진행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자리에서 야권인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과정에서 발생했던 여야 충돌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문제다. 검찰에서 함부로 손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항의하자 “듣기 싫으면 귀를 막아라”고 말한 뒤 “웃기고 앉았네. XX같은 게”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 발언은 방송 등 생중계를 통해 여과 없이 세간에 공개됐고 욕설 논란이 불거지자 여 위원장은 “회의 진행 과정에서 흥분해 그런 얘기까지 나간 거 같다”며 사과했다.
이 위원장은 이정식 협회장이 이마트 고발 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불신을 표하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퇴장하자 “검찰 개혁까지 나왔어. 지X. XXX 같은 XX들”이라고 욕설을 했고 이는 고스란히 마이크에 담겼다. 이에 우원식 의원이 항의하자 이 위원장은 혼잣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여권도 막말·욕설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8월 11일 논평에서 “황 대표가 철통 같은 안보 협력에 나설지, 꼴통 같은 안보 훼방에 나설지 그 선택을 두고 보겠다”며 “합리적인 대안도 없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무조건 반대만 일삼는 것을 보수 꼴통이라고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당나라 2대 황제 태종이 신하들과 정치 문답을 주고받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모든 화근은 혀끝에 있다. 입에서 한 번 나온 말은 다시 입안에 돌려 넣지 못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그만큼 말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로 정치인들은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
현재 20대 마지막 국회에는 해결해야 할 국정·민생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막말·욕설 논란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내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 싶다면 언어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정치인에게 주어진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