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011810)가 그렇다. 지난 2009년 9회 SRE에 혜성처럼 등장한 STX는 그동안 워스트레이팅의 단골손님이었다. 지난 14회 때부터는 줄곧 1위 자리를 꿰찼다. 급기야 16회 때는 STX조선해양(067250)과 STX팬오션(028670)이 역대 가장 많은 85표(75%)를 받으며 경계대상 1순위에 올랐다.
끊임없는 시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STX는 대우건설과 대우조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치중했다. 반면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에는 늑장을 부렸다.
결국 상처가 곪아 터졌다. 지난 4월1일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심지어 계열사인 STX건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보증사업장 부실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도 결국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제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에 성공하더라도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채권단 왜 자율협약인가
17회 SRE 설문조사 결과 109명의 응답자 가운데 36명이 STX조선해양(BBB-)과 STX팬오션(BBB-, BBB)에 대한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40개 기업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으며 9회 연속 워스트레이팅에 이름을 올렸다.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STX, STX중공업의 신용등급은 두 단계나 낮아졌고 STX팬오션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그러나 시장참여자들은 여전히 STX그룹의 신용등급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한 자문위원은 “채권단 자율협약이지 사실상 사적 워크아웃과 다를 바가 없다”며 “그럼에도 투자적격등급을 받은 것은 공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은 CCC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STX조선해양이 워크아웃으로 인해 익스포저가 부실화되는 것보다는 자율협약을 통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박 수주 계약서에는 조선사의 법정관리시 선수금환금보증(RG)에 대한 콜옵션을 명시한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 잘못으로 선수금을 반환할 의무가 생겼을 때 대신 지급해주는 것으로 STX조선해양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채권단의 부담 또한 커질 수 있다. 현재 채권단의 RG 규모는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성동조선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 2010년 4월 수출입은행 등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한기평 관계자는 “자율협약의 경우 영업이 지속가능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강하다”며 “지난 2007년 금호사태 때도 대우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풋백옵션으로 큰 타격을 받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진행했고, 자체적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은 자율협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업황 개선 ‘관건’
4월25일 산업은행은 7개 채권단들에 대한 동의를 얻어 6000억원 가량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STX조선해양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6500억원 가량의 회사채에 대한 대응자금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수주 선박에 대한 제작금융 또한 지원할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조선해양이 끝이 아니었다. 4월26일 STX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5월3일에는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도 결국 채권단을 대상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아울러 STX에너지와 STX대련에 대한 경영권 매각 추진을 발표했다. STX에너지는 경영권을 비롯한 보유지분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STX중공업과 STX메탈의 합병으로 발생한 경영권 (50.4%) 이외의 추가 지분 24% 또한 매각할 예정이다.
앞으로 STX그룹은 조선해양-중공업-엔진의 핵심계열사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와 STX유럽의 크루즈사업 부문 등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동성에 숨통을 트이게 할 것으로 기대했던 STX OSV는 총 매각금액 7680억원 중 4000억원이 STX유럽 차입금 상환에 사용됐다. 실제로 회사에 유입되는 매각금액은 3500억원 가량에 불과했다.
결국 시장전문가들은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채권단의 자율협약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이 언제까지 STX를 도와줄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다 특히 업황부진으로 해외 조선소 매각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또 STX에너지 경영권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 위해 현 최대주주(50.1%)인 오릭스에 제시한 콜옵션(지분 6.9%) 수용여부도 관건이다.
아울러 STX조선해양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중국 및 유럽 등 해외 현지법인 채무에 대해서 현재 1조원 가량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선수금환금보증 및 이해보증을 포함하면 중국 현지 계열사에 2조원 가량이 묶여있다.
NICE신평 관계자는 “최근 중국 조선사의 장기간 실적 부진과 STX유럽의 STX OSV 계열 분리 등 해외법인 전반적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해외계열사 신용위험 변동 또한 주요한 크레딧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7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7th SRE는 2013년 5월15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