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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연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미국을 더욱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연장선 격인 ‘위대함을 선택하기’(Choosing Greatness)로,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대한 ‘초당적 협력’를 의회에 재차 촉구하는 메시지로 채워졌다. 평소 언행과 달리 ‘정제된’ 표현을 구사했지만, 국경장벽 건설 등 야당인 민주당과 가장 크게 대립하는 사안들에 대해 자신의 당위성만 설파하면서 사실상 트럼프식(式) ‘질주’에 그쳤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호혜무역법’ 입법 촉구..‘보호무역’ 더 세진다
대표적으로 이날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 기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뜻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만약 다른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판매하는 같은 제품에 정확하게 같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호혜무역법(Reciprocal Trade Act) 입법화를 촉구했다. 이 법안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에게 ‘관세 권한’을 대폭 부여하는 걸 골자로 한다.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사용됐던 ‘관세 팃보탯’(tit-for-tat·맞받아치기)을 다른 나라에까지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법안은 대중(對中) 매파 중의 매파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평소의 ‘낙관적’ 견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려 하고 있다”며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연설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방송사 앵커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달 말 시 주석을 만날 계획”이라고 재차 확인한 바 있다.
부유세·장벽예산 논란에도..‘물러서지 않겠다’
지난달 25일까지 무려 35일간 이어지며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폐쇄, 이른바 ‘셧다운’ 사태의 본질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과 관련해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지하철에 출몰한 MS-13 갱 등 온갖 사례와 통계자료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무자비한 (범죄) 카르텔, 마약밀매, 인신매매를 종식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의회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네바다주 리노에서 불법 이민자에 의해 살해된 노부부의 증손녀들을 장내에서 소개한 뒤, “난 잊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철군 강행의지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당파적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론이 다시 불붙을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잇따르는 부유세 도입 제안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사회주의를 채택하라는 새로운 요구에 놀랐다”며 “오늘 밤 우리는 미국이 절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새롭게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 철군 논란에 대해서도 강행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동맹국들이 이슬람국가(ISIS)의 잔재를 파괴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시리아에 있는 우리 전사들은 따뜻한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탈레반을 포함한 여러 단체와 건설적인 회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병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