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말] 가곡에서 절제와 느림을 듣다, 경남 창원

한국관광공사 11월 추천 가볼만한 곳
  • 등록 2015-11-14 오후 3:48:55

    수정 2015-11-14 오후 3:48:55

창동예술촌 상상길
가곡전수관에서 제자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는 조순자 명인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곡이라고 하면 흔히 ‘선구자’나 ‘가고파’ ‘그리운 금강산’을 떠올리는데, 이는 근대 들어 서양음악 기법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것입니다. 우리 전통 가곡은 조선 시대에 선비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인이 부른 전문적인 성악곡이에요. 가곡을 들어본 적 없어도 시조는 누구나 알죠. 45자 내외 시조를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10여 분 동안 느리게 부르는 노래가 가곡입니다. 남자가 부르는 것을 남창, 여자가 부르는 것을 여창이라고 해요. 가곡에는 절제와 느림의 미학이 있습니다.”

가곡 예능 보유자 조순자 명인의 말처럼 현대인에게 가곡의 노랫말인 시조는 친숙해도 가곡은 낯설다.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로 지정되고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예술성과 역사성을 인정받았지만, 대중적 장르인 판소리나 민요와 달리 듣고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성악과 기악이 어우러진 음악, 가곡

조 명인이 2006년 창원에 설립한 가곡전수관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가곡전수관으로,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국악 전공자와 일반인 누구나 가곡을 부르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국악 꿈나무를 육성하는 ‘토요풍류학교’는 조 명인이 특히 애정을 쏟는 프로그램이다. 전수관 내 소규모 공연장에서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가곡, 기악 독주와 합주, 창작 국악극 등 수준 높은 연주로 구성된〈목요풍류 : 풍류방음악회>도 열린다.

가곡은 성악과 기악이 어우러진 음악이다. 가곡 반주에는 장구, 대금, 세피리, 가야금, 거문고, 해금 등 국악 관현악기가 사용된다. 세피리가 주선율을 맡고 영롱한 대금 소리가 피리를 풍성하게 만들며, 묵직한 저음이 매력적인 거문고는 가야금과 만나 빛을 발한다. 해금은 노래와 유사한 선율을 연주하되, 노래를 돋보이게 만든다. 여기에 청아하고 맑은 가객의 목소리가 얹히면 ‘아, 우리에게 이런 음악이 있었구나!’ 새삼 무릎을 치게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 가곡전수관의〈목요풍류 : 풍류방음악회>를 꼭 한번 관람해보자.

평생 가곡 보급과 전승에 힘써온 조순자 명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1959년 중앙방송국(현 KBS) 국악 연구생 2기생으로 선발되어 국악에 입문했다. 이주환, 김천홍 등에게 가무악 실기와 이론을 수학한 후 1962년부터 국립국악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초대 국립국악원장을 지낸 이주환 선생과 국립국악원 첫 해외 공연인 1964년 일본 공연을 비롯해 국내외 수많은 공연을 함께했다.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 예능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세계적 관광명소를 꿈꾸눈 ‘상상길’

세계가 인정한 우리 전통 예술을 찾아 나선 여행길, 세계적 관광 명소를 꿈꾸는 ‘상상길’ 방문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입구 거리가 걸그룹 포미닛을 비롯한 국내 유명인과 해외 일반인의 이름을 새긴 10만 개 오색 보도블록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전 세계에서 SNS를 통해 신청한 30만 명 중 선착순 2만 3000명의 이름을 보도블록에 새긴 것. 외국인이 자기 이름이 새겨진 보도블록을 찾아 이곳을 방문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이 설치된 곳은 코아양과 건너편 창동예술촌 입구에서 창동사거리를 잇는 155m 구간이다.

상상길이 조성된 창동 거리는 마산, 창원,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되기 전에 마산 최고 번화가였다. 공공 청사 이전과 마산항 기능 축소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침체기를 맞았으나, ‘창동예술촌’이 들어서면서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에꼴드창동골목, 마산예술흔적골목, 문신예술골목 등 세 구역으로 구성된 창동예술촌에 천연 염색, 생활 공예, 유리공예, 회화 등 수많은 공방과 숍이 들어섰다. 젊은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분위기 좋은 카페도 늘고 있다.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곳, 창동

역사가 오랜 거리답게 창동에는 지역민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명소가 많다. 창동복희집과 고려당도 그런 곳이다. 1971년부터 떡볶이, 튀김, 팥빙수, 단팥죽 등으로 일대 여고생의 인기를 독차지한 ‘창동복희집’은 지금도 변함없는 맛으로 단골들의 사랑을 받는다. 50년 넘게 지역 빵집으로 한결같은 인기를 끄는 ‘고려당’의 꿀빵과 밀크셰이크도 맛보자.

창동예술촌 입구 건너편에는 오동동 통술골목이 있다. 안주를 따로 주문할 필요 없이 푸짐한 해산물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고 ‘통술’이라 불린다. 25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어시장, 복요리거리, 아구찜거리도 멀지 않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과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을 연계해서 둘러봐도 좋다. 문신미술관은 마산 출신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고, 지척에 벽화마을이 자리한다.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움츠러든 몸을 데워줄 마금산온천도 추천한다. 창원 시내에서 20~30분 거리로 가깝고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마금산온천은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이 남았을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다. 지하 300m에서 끌어 올린 무색?무취?무미한 알칼리성 식염천으로 신경통, 근육통, 피부 질환에 효과가 있다. 이 가운데 ‘마금산원탕’은 최근 전국에서 아홉 번째, 경남에서 최초로 보양 온천 지정을 받았다. 수치료탕, 노천탕, 치유풀장, 운동실, 사우나 등을 갖췄다. 온천욕을 하고 출출한 속을 달래는 데는 마금산원탕 바로 앞 ‘산미’의 특허 받은 땅콩콩국수와 동절기 한정 메뉴 녹두국수가 제격이다.

◇여행멤

△가는법

▷기차= 서울역-마산역, KTX 하루 10회(05:15~22:10) 운행, 약 3시간 소요.

▷버스= 서울-마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30여 회(06:05~다음 날 01:00) 운행, 약 4시간 소요.

▷자가용= 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 TG→남해제1고속도로지선 서마산 IC→마산회원구청 방면 좌회전→북성로→석전사거리 우회전→무학로→가곡전수관

△잠잘곳= 북면황토방온천장(055-298-9890), 풀만 앰배서더 창원(055-600-0700), 리베라관광호텔(055-248-5200)

△먹을곳= 창동복희집(단팥죽, 055-242-1157), 고려당(꿀빵, 055-243-0011), 남성식당(복국,055246-1856)

△주변 볼거리= 주남저수지, 저도연륙교, 해양드라마세트장, 마산문학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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