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가 역류했다” “이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이다” 만도(060980)가 자회사를 통해 한라건설(014790)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야기로 접어들자 SRE자문위원들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달 12일 한라건설은 만도의 자회사 마이스터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을 대상으로 3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라건설이 제3자배정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시장에 알려졌지만 그 대상이 만도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자회사의 모회사 지분 취득(상호출자)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만도는 100% 자회사 마이스터에 3786억원을 출자하고, 마이스터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 3385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사실상 순환출자 방식을 택한 것이다.
투자자들 “뒤통수 쳤다”
17회 SRE 설문조사 결과 109명의 응답자 가운데 17명(15.5%)의 응답자가 만도(AA-)와 한라건설(BBB+)의 신용등급이 적절치 못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한라건설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했음에도 이번에도 똑같은 표를 받은 것이다.
더욱이 SRE 설문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발생한 크레딧 이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 자문위원은 “만도의 AA-라는 등급 안에는 한라건설의 지원 가능성 여부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이번 증자 결정은 철저히 시장의 뒤통수를 친 격”이라고 격분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이런 방식이라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거나 사업부를 하나 떼어내서 자회사를 만든 다음 얼마든지 우회적으로 자금지원을 할 수 있다”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만도의 추가 지원, 이제 시작?
2007년 이후 민간주택사업을 확대한 한라건설은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공사미수금에 대한 회수가 지연되고 대여금이 증가하는 등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 2010년 1088억원 유상증자와 156억원의 자사주 매각, 2012년 1000억원의 유상증자와 만도 지분 45만주(855억원)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유동성 부분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증자 결정은 시장의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단행된 만큼 고육지책 측면이 크다. 한기평 관계자는 “올해 8월 말까지 도래하는 회사채 1800억원에 대한 대응 자금을 확보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황”이라며 “한라건설이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매각작업이 지연될 경우 또다시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1년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만 3407억원에 달하고 우발채무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S, ABCP, 기타 PF론 규모 또한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8022억원이다.
지난해 영종도 사업 분양부진으로 공사미수금이 확대되면서 지난해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1조 301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라건설은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OCF) 277억원이 순유출됐다.
아울러 만도는 지난 한해동안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OCF) 2264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지원했다. 만도는 이미 해외법인 출자, 합작사 지분 취득 등 지속적인 성장정책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2010년 연결기준으로 2466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2012년말 1조 679억원으로 증가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9.7%에서 36.5%로 확대됐다.
한 자문위원은 “만도는 만도차이나홀딩스 상장으로 3000억원 가량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차원이 다르다”며 “만도차이나홀딩스와 한라건설의 자산가치는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7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7th SRE는 2013년 5월15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