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가봉 군부, 새 지도자 임명…대통령은 가택 구금

'공화국 수비대' 이끈 은구마 장군 지도자로
봉고 대통령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호소
쿠데타에 유엔 등 국제사회 우려 잇따라
  • 등록 2023-08-31 오전 10:07:26

    수정 2023-09-01 오전 8:49:57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쿠데타를 일으킨 가봉 군부가 3선 연임에 성공한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을 구금하고, 군부 내에서 새 지도자를 임명했다.

30일(현지시간)가봉 군부가 국영방송에 출연해 성명을 읽고 있다.(사진=AFP)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봉 군부는 국영방송을 통해 “브리스 올리귀 은구마 장군이 만장일치로 과도기 국가기관 재건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은구마 장군은 2020년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공화국 수비대’를 이끌어온 인물이며, 봉고 대통령 집안과 친척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구마 장군은 이날 프랑스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봉고 대통령은 3선을 할 권리가 없었고 헌법을 위반했다”며 쿠데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군부는 봉고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의 아들인 누르딘 봉고 발렌틴과 다른 이들도 부패와 반역죄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가봉 군부는 봉고 대통령의 3연임으로 결론 난 최근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한다고 쿠데타에 나섰다. 봉고 대통령은 42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 봉고에 이어 2009년부터 14년간 가봉을 통치해 왔다.

가봉 군부의 권력 장악은 2020년 이후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8번째 군부 쿠데타다. 로이터는 그간 말리와 기니, 부르키나파소, 차드, 니제르 등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최근 몇 년간 민주주의의 진전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봉고 대통령이 가택 구금으로 무력하게 보이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봉고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당신에게 항의의 목소리(make noise)를 내도록 요청한다”고 주변에 도움을 호소했다.

알리 봉고 가봉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우러 국제사회에서 가봉 군부의 쿠데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유엔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선거 이후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수단으로서 벌어진 쿠데타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군사 쿠데타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나는 가봉공화국의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이는 대선 이후 문제를 풀기 위한 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의장인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도 “독재의 전염병이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며 “가봉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다른 아프리카연합의 지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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