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기준은 내가 만드는 것

명작을 읽을 권리
한윤정|324쪽|어바웃어북
  • 등록 2011-09-02 오후 2:35:36

    수정 2011-09-02 오후 2:35:36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오정희의 단편 `중국인 거리`(1979)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2001)는 50년 시차를 둔 `인천`에 대한 기억이다. 소녀들의 성장기를 다룬 두 작품에서 인천은 `장소 특정적` 예술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 허먼 멜빌의 중편 `필경사 바틀비`(1853)와 한강의 단편 `채식주의자`(2004)는 누구도 굴복시킬 수 없는 지독한 수동성으로 저항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의 저항은 좀 다르다. 아예 자신의 체제를 무화시켜 상대를 교란시키는 거다.

명작으로 분류된 영화와 소설 300여 편을 비교분석했다. 작품·작가·사회·독자라는 키워드로 명작의 숨은 뜻을 풀이하며 다른 시공간에서 태어난 명작들의 접점을 추려낸다.

한국사회의 계급성을 살피는 데는 `하녀`만한 콘텐츠가 드물다. 원작이 나온 지 50년 만에 리메이크된 영화 `하녀`는 1960년대와 2010년대에 변모한 계급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계급 소멸에 따라 소멸해 가는 삶에 관해선 영화 `워낭소리`와 영국 작가 존 버거의 장편소설 `그들의 노동에 함께 하였느니라`가 비교됐다.

소설이든 영화든 읽기에는 오답이 없다고 했다. 읽는 사람의 위치와 상황이 관건이라고 했다. 결국 명작을 만드는 건 당신 몫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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