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두달간의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금호그룹으로서는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시한내에 투자 유치를 못하면 대우건설을 다시 내놔야 한다.
이처럼 금호그룹 재무개선 이슈는 지난 1일 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를 미결로 남겨둔 채 조건부 약정을 맺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 왜 대우건설인가
시장은 산업은행이 금호그룹 재무개선 약정에 대우건설 재매각을 포함시켰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당시엔 선뜻 믿으려 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현 시세에 30% 프리미엄을 얹어주더라도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투자손실은 반토막으로 확정되는 것인데, 이를 금호가 받아들일수 있겠느냐는 게 첫째 이유다.
그룹 내에서는 단지 손실 확정만의 문제로 끝날 일도 아니다. 대우건설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최고 경영진의 책임소재가 문제될 수 있고, 이로 인한 그룹내 지배구조 후폭풍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회사인 채권단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산업은행이 훗날 대우건설 재인수 우선권을 주겠다고 하지만, 일단 팔고나면 사실상 되사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중요한 판단요소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팔면 되사기 어렵다는 것을 금호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대우건설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우건설보다는 대한통운(000120) 재매각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겠냐는 생각들을 해오고 있었다.
◇ "금호가 안이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한통운이 아닌 대우건설 재매각이었다. 대우건설 재매각이 가져올 금호그룹 내 후폭풍에도 불구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재매각 카드를 밀어붙였다.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만 놓고 보면 대우건설 재매각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는데 시장의 이견은 없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금호가 대우건설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된 일이니 풋옵션 문제는 대우건설을 되팔면 자동 해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은 왜 금호그룹이 절대 수용할리 없는 대우건설 재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무엇보다 금호그룹이 지금껏 시장에 보여준 자구노력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가 제기됐던 초기부터 그룹내 자산 매각을 통해 4조원대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며 시장에 읍소했지만, 실제 실현된 자구안은 대한통운 유상감자 뿐이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자구안이 표류하는 것을 보면서 시장은 금호의 의지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며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도 일부 상환 등 자구노력을 보이면 당연히 만기 연장이 되리라 안이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 금호, 발등의 불 어찌 끌까
금호그룹은 7월말까지는 대우건설 풋옵션을 받아줄 제3의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금호그룹은 투자 유치가 거의 성사 단계까지 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펀드는 지난해 또다른 미국계 사모펀드에 피인수됐는데, 인수한 사모펀드는 지난해 말 국민연금과 공동투자 양해각서를 맺기도 했다.
시장 한편에서는 금호그룹이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가 아닌 제3의 펀드를 스스로 만들어 대우건설 지분을 안전하게 보관(parking)하려 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방법이 어찌됐건 관건은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 일 수밖에 없다.
시장은 일단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규모가 커서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요즘같은 시장 상황에서 3조원이 넘는 거금을 어디서 끌어오겠느냐"며 반신반의했다.
설사 투자 유치가 가닥을 잡았다손쳐도 더욱 가중될 금호그룹의 재무 부담은 또 다른 숙제다. 시장 여건과 신용도 등 모든 면에서 금호그룹의 현재 투자유치 여건이 대우건설 인수 당시보다 좋을 리 없다.
PEF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신용도를 가진 국내 기업조차 헤지펀드 요구 수익률이 연 25%에 달한다"며 "금호가 대우건설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무리수를 둘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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