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 실무진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결단을 한데는, 최 원장이 처한 상황이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뒤늦게 대선에 뛰어든 최 전 원장은 정치경험 부족은 물론, 조직의 열세, 낮은 인지도 등 약점이 적지 않다.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입당 만한 카드가 없다. 입당에 신중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차별화하면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으로 생긴 정치적 공간을 파고들어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대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된 마지막 결정은, 사실 어젯밤 밤새 고민하며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장 최 전 원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지도를 올리는 효과를 거두게 됐고 국민의힘 울타리 내에서 최 전 원장의 우군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홍준표 유승민 등 기존 대선후보들, 최 전 원장 견제할 듯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장직을 그만둔 후 한 달도 안돼 국민의힘에 바로 입당한 것은 부담이다. 최 전 원장의 빠른 입당이 가져올 정치적 손해도 분명히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입당으로 보수층 지지율은 올라가고 중도층이나 진보층, 무당층의 지지세는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선이 7개월 정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치를 할려면 입당은 어쩔 수 없다. 빠른 것도 아니다”며 “보수층에게 윤석열 대체재로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기 때문에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다. 다만 중도층이나 무당층에서는 일부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여 3%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지율 추이에 따라 당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견제도 본격화할 것이다. 당장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윤 전 총장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홍 의원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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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 반문재인 대표성 갖고 있어, 윤 전 총장 입당도 변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들 중에서 지지율 1위가 되면 윤 전 총장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반문재인의 대표성을 갖고 있어 이를 넘으려면 보수층에게 정권교체 적임자로 윤 전 총장이 아닌 최 전 원장을 각인시켜야 한다. 문제는 감사원장을 중도 사퇴한 것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임기 내내 정권과 맞서 싸우다 사퇴했지만, 최 전 원장은 그렇지 않다. 최 전 원장은 소명의식이 있다고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정치적 욕심 때문에 감사원장직을 그만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인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소명의식을 갖고 정치에 뛰어든 것으로 이해하지만, 감사원장을 사퇴한 후 바로 정치참여를 선언하고 입당한 것은 보기에 안 좋다”며 “감사원 팔아서 나라 구하러 갔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관건은 지지율이 10%를 넘느냐다. 두 자리 수로 진입하려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뺏어와야 가능하다. 이는 보수층이 최 전 원장을 윤 전 총장의 대체재로 보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엄 소장은 “윤 전 총장은 간 보기를 하고 있는데 최 전 원장은 돌직구를 날렸다. 출발이 산뜻했다. 홍준표 의원을 제치고 7월을 잘 버티면 8월에는 10%를 넘을 수도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보수층은 이재명 대항마로 윤 전 총장을 생각하는 것 같다. 윤 전 총장의 입당도 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