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플랫폼 '플리토', AI시대 집단지성 '노다지' 캤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 인터뷰 "번역 데이터, IT 대기업 환영받아"
  • 등록 2017-10-29 오후 2:04:14

    수정 2017-10-30 오전 11:24:49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우연치 않게 쌓인 데이터가 AI 시대 노다지가 됐다.”

인공지능(AI) 번역 스타트업 ‘플리토’. 2012년 사업을 시작한 플리토는 AI 시대 ‘귀하신 몸’이다. 그들이 쌓은 번역 데이터는 국내외 포털과 IT대기업이 자신들의 AI번역기를 학습하는 데 이용된다. 중국판 구글 ‘바이두’도 플리토의 주요 고객이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 (사진=김유성 기자_
플리토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번역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번역이 필요한 문장을 사용자가 올리면 번역이 가능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식이다. 네이버의 지식인처럼 ‘묻고 답하기’ 식으로 사용자 간 소통을 통해 제공됐다. 자연스럽게 양질의 번역 문장이 플리토 안에 쌓였다.

이정수 대표는 “축적된 번역 데이터를 사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고, 샘플을 인공지능 번역기 개발사에 보냈다”며 “번역기 개발에 필요한 문장을 싸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환영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AI 번역기 제작 업체들은 기계학습에 활용할 문장 확보에 많은 비용을 쓴다. 양질 번역 문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 십명에서 수 백명의 사람이 작성한 문장이 필요하다. 아르바이트생을 쓴다고 해도 개발사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크다.

이 대표는 “우리의 데이터는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쌓인 문장”이라며 “번역 문장 확보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고객사들은) 이렇게 싼 가격에 데이터를 살 수 있다는 점을 믿지 않았다”고 전했다. 플리토의 번역 데이터 가격이, 자체 번역 문장 생성 때보다 5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용자들이 작성한 데이터다보니 ‘오지고요, 지리고요’(‘대단하다’라는 뜻의 비속어) 등의 생활 언어도 포함됐다. 일반 기업에서는 손대기 쉽지 않은 동남아시아어 문장도 확보가 가능했다. 예컨대 베트남어다. 국내에 베트남 이주한 베트남 여성이 많다보니 한국어-베트남 번역 요청도 빈번하다.

플리토가 서비스하는 언어 수는 18개다. 하루 번역되는 문장 수는 30만개다. 한국보다는 해외 사용자들 사용이 활발하다. 중국어는 기본이다. 인도네시아, 모로코, 이집트어도 있다. 영어·아랍어, 스페인어·러시아어 등 이종 언어 간 번역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고객사는 바이두를 비롯한 국내외 IT 대기업들이다. 창업 초기 생각지 못했던 데이터 사업 덕에 확보한 굴직한 고객사다.

플리토는 네이버와 협력 관계였다. 지난해 네이버는 AI 번역 서비스 ‘파파고’를 개발해 출시했다. 인공신경망(딥러닝의 일종)을 활용한 파파고의 한영(韓英) 번역은 구글의 한영 번역보다도 이른 시간에 출시됐다.

기계학습 기반 AI 번역 엔진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플리토의 매출 성장도 가파라졌다. 사업 시작 5년만에 월 매출 5억원(최근 기준) 가량, 직원 수 50명이 됐다. 광고·마케팅에 돈을 쓸 필요가 적어 투자금 상황도 넉넉하다. 양질의 데이터가 플리토의 자산이자 성장 축이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SK텔레콤 신입사원 시절 사내 벤처로 번역 사업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이 사내 벤처를 중단하자 회사를 나와 직접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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