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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13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 15층.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이 회의장을 긴장감이 짓눌렀다. 신임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금통위원이 처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자리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건 ‘돈의 값’을 새로 매긴다는 의미다. 가계 기업 정부 등 우리 경제주체 모두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그 어떤 정책과 비교해도 가볍지 않다. 그만큼 이날 회의장 공기는 무겁고도 무거웠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출신 고승범 위원과 자본시장연구원장 출신 신인석 위원이 오전 8시57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대로 상기된 표정이었다. 두 인사는 자리에 앉은 뒤 미동도 없이 정면만 응시했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첫 기준금리 결정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신참 금통위원들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좀 얼어있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라는 이 신참들은 첫 금통위에서 일단 자신의 ‘색깔’을 아껴둘까.
이 총재는 자리에 앉은 후 취재진을 한번 둘러보고 “신임 위원들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네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데일리가 최근 경제·금융 전문가 14명에게 이번달 기준금리 전망을 설문한 결과, 12명이 동결로 내다봤다. 전체의 86%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응답자 85.7%가 동결을 예상했다.
이 총재는 평소 “한은은 구조조정에 전문성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번달은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방식에 가닥이 잡히지 않은 시기다. 한은이 섣불리 나서기 애매하다. 이 총재의 미소는 기준금리 동결을 암시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