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저가수주’ 의혹
먼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루와이스 공사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GS건설(006360)은 손실이 난 루와이스 확장공사 프로젝트 외에도 이 지역에서 2개의 공사를 더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GS건설이 단독 수주한 파이프라인 공사(IRP)이며, 다른 하나는 영국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천연가스분리 사업이다.
헌데 GS건설이 단독 수주한 파이프라인 공사는 이미 지난해 4분기 1100억원의 공사손실을 냈다. 이 공사는 이번 4050억원 손실을 낸 2개의 공사와 발주처가 같다.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의 자회사인 타크리어(Takreer)다.
발주처와 지역이 같은 프로젝트 하나가 이미 지난해 4분기 1100억원의 손실을 냈는데, 다른 2개 프로젝트에 대한 손실을 올 3월에야 인지해 반영했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게다가 손실이 난 이유도 비슷하다. 당시에도 발주처와 설계 합의가 늦어지고, 하청업체 문제가 발생했다.
발주처는 다르지만 같은 지역의 공사임에도 GS건설이 단독으로 진행한 3개 프로젝트는 모두 손실을 냈고, 조인트 벤처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손실이 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SRE 한 자문위원은 “GS건설이 이미 지난해 해외 공사에 대한 위험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조인트 벤처와 진행한 공사에서만 손실이 없다보니 과도하게 공사를 저가 수주했거나,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는 추정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손실 알면서도 숨겼나
만약 GS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발표한 후라면 자금조달은 큰 타격을 입었으리라는 지적이다. 손실을 발표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GS건설은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기관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금리도 같은 ‘AA-’ 등급의 회사채보다 0.40%포인트 높았다.
게다가 신용평가사가 이 손실을 반영해 등급이라도 조정했다면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은 불가능했을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4월25일 GS건설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의 하한선인 ‘BBB-‘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B+’로 내렸다. S&P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수익성까지 나빠졌다는 점을 이유로 GS건설의 1년 재무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GS건설의 잠정실적 발표 후 한국기업평가가 GS건설의 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재했으며 나이스신용평가도 GS건설을 하향검토 감시대상에 포함했다. 이들 역시 GS건설의 향후 실적이나 재무안정성 등에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는 계획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GS건설에 대한 불신이 이미 수치로 반영되고 있다. GS건설의 3년물 회사채와 국고채 3년물의 스프레드는 손실 발표 후 꾸준히 올라 49bp(1bp=0.01%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치다.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로 회사채 신용도가 나쁠수록 스프레드가 크다고 보면 된다. 채권 시장에서 GS건설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흔히 기업이 재무관리를 강화하거나 구조조정 등을 진행할 때 CFO를 대표에 선임한다고 보고 있다.
해외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2014년까지 재무지표 악화가 예상되지만 GS건설의 재무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 현재 2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CFO가 대표로 사업을 이끄는 것은 앞으로 재무 악화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SRE 자문위원회 한 위원은 “재무상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CFO가 대표가 된다고 본다”며 “GS건설의 재무상황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GS건설이 2분기 실적을 개선해도 무너진 신뢰가 쉽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가 공개 등 투명성을 강조하는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7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7th SRE는 2013년 5월15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