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지난해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 등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를 주당 1만8000원에 사주겠다고 약속했고, 올해 3월 대우건설 FI들과 협상을 타결지었다.
하지만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달 중순 8700원선까지 밀렸고, 이달 들어서도 9000원~1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늦어도 8월초까지는 대우건설 주식 50%+1주를 매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산업은행은 시장 가격보다 두배 가량 비싸게 대우건설 주식을 사야한다.
PEF라는 시장의 툴을 통해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나 쳐주는 딜을 시장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우건설 주가 흐름은 금호그룹 구조조정에 정부 정책이 개입됐다는 정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당초 산업은행은 금호그룹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대우건설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건설 풋백옵션 행사부담에 따른 불확실성과 금호그룹 유동성 리스크로 대우건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초만 해도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작년말 당시 1만2000원대 주가가 최소 1만원5000원대까지는 올라가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대우건설 주가의 낙폭은 다른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주가와 비교해도 지나치다.
대우건설 주가는 금호그룹의 지배구조 불확실성보다는 건설경기 부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건설업종은 올해초부터 채권은행들의 구조조정 부담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채권단이 관리하는 현대건설 주가는 지난해말 대비 17.8% 떨어져 같은기간 대우건설의 낙폭인 22.1%와 유사하다.
건설업종에 대한 시장 평가는 업체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단기간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 금호그룹 구조조정까지 지연되면서 PEF에 SI(전략적 투자자)나 FI를 끌어들이겠다는 산업은행 구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산업은행은 단독으로 PEF에 출자한 후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 인수대금 중 일부를 차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우건설 FI들에게 약속했던 주식 매입가격(1만8000원)은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 자금 조달보다는 기업을 인수한 후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대우건설 인수자금으로 총 3조5000억원이 투입될 경우 나중에 대우건설 경영권을 팔아 본전만 챙기려 해도 주당 2만1500원은 받아야 한다. PEF가 투자수익을 내지 못하면 대우건설 경영권을 시장에 팔기도 어려워진다.
조윤호 대신증권 연구위원(애널리스트)은 "대우건설 주식 매입가가 대우건설 가치를 올바르게 반영하고 있느냐에 대해 시장은 의문을 갖고 있다"며 "대우건설 인수 후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진행되겠지만, 과거 금호그룹 인수·합병 사례를 보더라도 주가가 의도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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