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그들은 바다로 갔다(2)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 대명항
여행하는 박종인, 뷁과 함께 떠났다
  • 등록 2008-10-16 오후 12:05:01

    수정 2008-10-16 오후 12:05:01

▲ 1960년대, 1970년대 ‘초등학교’ 교실을 재현해놓은 공간. 교사 출신인 관장 이인숙씨가 관객들을 모아놓고 수업중이다. 주제는 웃으며 살기.

 
[조선일보 제공] ‘아빠가 어렸을 적엔…’ 덕포진교육박물관

포구에서 나와 포구 입구의 대형 아치를 지나면 곧바로 대명초등학교 사거리다. 좌회전을 하면 큰길 왼편으로 ‘진천정’이라는 식당이 보인다. 박물관은 그 왼쪽 길 끝에 숨어 있다. 거대한 배 모양 레스토랑이 나오고 포도밭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박물관은 그 길 끝. 초등학교 선생님을 지낸 김동선(68)·이인숙(62)씨 부부가 운영하는 박물관이다. 자, 박물관 속내를 볼작시면~

새끼줄을 꼬아보니 가난한 집 축구공, 연필 없는 아이가 글씨 쓰던 모래판, 그나마도 없는 아이, 물 찍어 글씨 썼던 돌로 만든 석판, 벌건 숯 몇 개 담아 아버지 와이셔츠 다리던 숯불다리미, 어허, ‘넘어오면 죽어’하고 칼로 38선을 그어놓은 키 작은 나무 책상, 1950년대 백조 풍금에 땡땡땡 울리는 학교종까지. 형님이 공부하던 앉은뱅이 책상에 아우가 공부하던 나무 사과궤짝!

▲ 학교종

 
이인숙 관장이 그 아스라한 추억 속에서 관람객들에게 수업을 한다. 발로 밟아 바람을 불어넣는 풍금에 맞춰 어른들이 옛 동요를 부른다. 어른들만 모였을 때는 몇몇 종류의 야한 말까지 써가며 웃으며 사는 방법을 일러주고, 아이들이 있으면 눈높이를 낮추고 동요와 충효를 가르친다. 어찌나 밝게 웃고 맑게 노래를 하는지! 그런데 그녀는 앞을 보지 못한다.

▲ 시력을 잃고서도 웃는 방법을 가르치는 이인숙 관장

 
남편 김동선씨와 함께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남편은 옛것들에 빠져 숯불다리미며 새끼줄 축구공이며 온갖 잡물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거실에 ‘통로’가 생길 정도로 수집품이 많았다. 그러다 그녀는 차츰 시력을 잃어갔다.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이랬다. “병원 이제 안 오셔도….” 남편은 그런 그녀에게 박물관을 만들어줬다. 서울 강남에 있던 아파트를 처분했고, 아들과 함께 벽돌을 날라 직접 건물을 지었다. 김포는 남편 김동선 선생님의 고향이다. 그리고 그녀가 관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낙담했다. 하지만 차츰차츰 인생을 다시 보며 인생관을 바꾸었다. 학교 대신에 교실을 재현한 이곳 3학년2반 교실에서 수업을 한다. 찾아오는 관람객들을 상대로 부부가 함께 교단에 올라 옛것을 가르치고 도덕과 가치를 가르친다. 위 사진을 보시라. 시력을 잃은 교사가 옛 교실을 찾은 사람들에게 활짝 큰 웃음으로 인생을 말하는 저 맑은 모습을.

3층으로 구성된 박물관 1층은 저 사랑의 교실과 각종 상설전시가, 2층은 교육사료관, 3층은 농경문화관으로 꾸며놓았다. 지금 아이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지금 어른들은 까맣게 잊고 살다가 가슴 먹먹해지는 그런 손때 묻은 물건들이 박물관 곳곳에서 사람 마음을 후벼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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