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대전시청에서 근무하던 20대 공무원 남성 A씨가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며 우울증 치료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그의 어머니가 “직장 동료들은 ‘사실무근’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28일 방송된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A씨의 어머니 B씨와의 전화 인터뷰가 공개됐다.
B씨는 “올해 1월 제 아들이 행정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되어 대전시청에 발령을 받았었다. 첫 부서에서는 팀원들과 별탈없이 잘 지냈는데 7월 부서이동이 되면서 일한지 6개월도 안 된 아이한테 너무나 무거운 과중한 업무와 책임 있는 일들이 주어졌다”고 운을 뗐다.
| 지난달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시청 공무원 A씨의 어머니는 26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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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커피 타라”, “출근 1시간 전에 와서 신문을 챙겨라” 등 상급 여주사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고, A씨가 이를 거절하자 따돌림이 시작됐다. B씨는 “그 주사 중심으로 투명인간 취급하고, 업무적으로 무시하고 비웃고, 상사 앞에서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 마냥 상황을 만들어갔다. 아들이 이런 상황이 너무 불편하니까 잘 지내고 싶다고 대화를 요청했었다. 그런데 ‘서로 안 맞는데 굳이 잘 지낼 필요가 있겠느냐’ 이렇게 고립시키면서 따돌림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줄곧 고민을 안고 있던 A씨는 결국 친구의 권유로 정신병원을 방문하게 됐다. B씨는 “아이가 너무 힘들고 밥도 못 먹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러니까 일도 제대로 되겠느냐”면서 “그래서 하루는 일을 하는데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숨까지 쉬기가 힘들어진 상황이 온 거다. 그래서 반차를 급하게 내고 병원을 가게 된 거다. 그때가 9월 초쯤 됐다”고 회상했다.
동시에 B씨는 A씨가 휴직을 신청했다고 설명하면서 “저희 아들이 죽기 이틀 전에 휴직에 관련해서 팀장한테 구두로 휴직을 내고 싶다고 얘기했었나보다. 그런데 그 팀장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휴직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부정적인 답변을 해준 것 같다. 우리 아들 입장에서는 세 달 가까이 그런 팀 분위기에서, 그리고 또 출근해서 그 사람들을 다시 봐야 하는 그 부담감이 너무나 두려웠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A씨 관련 보도.(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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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가 직장 동료들의 입장이 나왔냐고 묻자 B씨는 “장례 이후에 직접 만나보진 못했다. 따로 연락 온 것도 없었다. 그런데 멀쩡하던 제 아이가 세 달 사이에 정신과도 다니고, 불안증도 생기고, 불면증도 생기고, 우울증도 생겨서 5kg나 빠졌었다. 그런데 저희가 그런 부분을 얘기했는데 본인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한 왕따 행동과 이런 말들이 한 사람이 이렇게 죽음까지 선택하게끔 하게 된 과정까지 온 것에 대해서 이게 정말 무서운 범죄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분노했다.
또 B씨는 대전시장과 감사위원장에게 진정서를 전달하자 “다른 업무들도 많아서 올해 안에 감사를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너무나도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감사를 하고 있더라”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끝으로 B씨는 청취자들에게 “저희 아들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저희 가족들에게는 정말 너무나 많은 힘이 된다.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왕따 행동과 말들이 하루에 절반 가까이 지내야 하는 직장 내에서 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어땠을지, 무너진 자존감으로 무서운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제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올해 1급 9급 공채로 임용돼 지난 7월 대전시청 한 부서로 발령을 받은 A씨는 3개월 만인 9월 2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