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전날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70%가 노동당 서기실로 들어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고 주장한데 대해, “홍용표 장관이 며칠 전에 기자들 브리핑을 통해서 이것이 대량살상무기 WMD로 전용됐다는 그런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통일부 장관 얘기다. 핵실험 이후에 180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나와 “북한이 핵 실험을 1월 6일에 했거든요. 2주일 뒤에 국회가 열렸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홍 장관이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얘기했다. 2차로 개성공단이 폐쇄된 게 2013년이다. 그때 유엔 제재 결의안이 통과돼서. 2013년 14년 15년 대한민국 외교부가 유엔에 제재이행 보고서를 냈다. 그 보고서에 개성공단은 해당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남북간의 경제협력 사업으로 간주되다가 느닷없이 핵개발의 돈줄로 180도 바뀌었다. 모든 일에는 배후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 배후로 두 가지를 들었다. 정 전 장관은 “하나는 붕괴론이다. 밀어붙이면 북한이 붕괴될 것이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두 번째 정책결정 오류다. 심각한 문제다. 위안부 협상 때나 대북 확성기 재개 때나 개성공단 중단 때나 다 대통령이 혼자 결정한 것이다. 해당부처 관련부처가 여러 개잖아요. 검토했다는 자료가 없다.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북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 장관이 밝힌 자료에 대한 공개를 촉구했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한) 자료가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 자료를 밝혀야죠. 그런데 밝히기 곤란하다고 했어요. 그러면 국민의 대표가 국회잖아요. 여야는 즉각 국회 외통위를 소집해야 한다. 그래서 두 가지를 따져야 한다. 무슨 자료가 있는지. 두 번째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을 폐쇄한 청와대 결정도 무모하고 무책임하지만, 야당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원론적 차원에서 봐도 야당은 그동안 북한 붕괴론 반대 입장에 서왔다. 공존 공영에 입각한 평화 통일론에 서왔단 말이죠. 그런데 지금 대북 정책을 일시적 감정에 편승하거나 일시적 여론에 편승하는 분위기. 그것은 신중하지 못하고, 또 야당은 민주정치 10년 동안에 화해협력 정책의 성과를 계승한, 햇볕정책의 계승자들이다. 지금 야당의 모습을 보면 햇볕 정책은 실종됐다”고 개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도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내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신다고 들었다. 쿠바의 미사일 얘기를 하면서 케네디 대통령의 위기관리 리더십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소통이다. 결정적 시점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리더십이다. 케네디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 열린 토론을 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대통령이 참모들을 불러놓고 토론하는데 대령 중령도 장군이 얘기하는 것을 반박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대통령이 유도했다. 왜냐하면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 부처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 청와대와 부처간 소통이 안된다. 국제사회와 소통이 안된다.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기만 해가지고는 이 엄중한 국면을 타개해 갈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성찰과 태도변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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