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는 중국夢] ①'갈팡질팡·전전긍긍'…위기 자초한 중국식 자본주의

서킷브레이커 시행하자마자 중단..대주주 매각제한도 오락가락
시장과 엇박자 내는 관치경제..투자심리 불안 키워
  • 등록 2016-01-10 오후 2:48:02

    수정 2016-01-10 오후 3:38:38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전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이었던 중국경제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연초부터 증시폭락 사태가 반복되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며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약고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중국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과 과도한 시장 개입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10년 간의 고성장 시기를 끝낸 중국경제가 시장개방 과정에서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 즉 중국의 통제식 시장경제가 위기를 맞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국가 운영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2016년 첫 증시 개장일인 지난 4일 중국 증시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가 발동됐다. 중국 증시는 사흘 뒤인 7일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에 또다시 7% 넘는 폭락세를 기록해 서킷 브레이커가 다시 발동한 후 시장이 조기에 문을 닫았다.

서킷 브레이커는 증시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본래 취지와 달리 서킷 브레이커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키운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급기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두번째 폭락 사태 직후 서킷 브레이커 제도 시행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야심차게 도입한 제도가 시행 일 주일도 안돼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등 금융당국은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수 차례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올해부터 전격 시행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이 각각 ±5%, ±7%로 한국이나 미국의 ±10%에 비해 지나치게 좁게 책정되는 등 제도상 미비점을 드러냈다. 또 서킷 브레이커가 이번 폭락을 부추겼다는 뚜렷한 근거도 아직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금융당국이 각종 비난을 면하기 위해 서킷브레이커를 즉흥적으로 중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는 대주주 지분 매각 제한 조치에 관해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7월 증시 급락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상장사 보유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금지했고 금지 기간이 이달 8일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중국 정부는 또다시 방침을 바꿨다. 대주주가 3개월 내 매도하는 주식이 회사 주식의 1%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대주주들이 장외에서 매각하면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은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각종 부양책을 내놓으며 인위적인 증시 부양에 나섰다. 이 역시 시장의 단기 흐름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시장 질서를 흐린다는 지적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일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여전히 증시의 단기적 흐름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이다.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역시 당국의 실책으로 꼽힌다.

이렇자 외부에서는 중국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관치경제만을 고집하다보니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해 엇박자가 계속 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 달성과 위안화 안정, 주가부양 등을 위해 취해온 조치들은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많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따른 금융시스템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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