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 영화를 밀어줘” 입소문은 효과 있나?

  • 등록 2009-09-24 오후 12:00:00

    수정 2009-09-24 오후 12:00:00


 
[경향닷컴 제공] 영화 <애자>의 입소문 흥행이 무섭다. 23일 <애자>는 9월 개봉작 중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순제작비 20억에 마케팅 비용이 15억 정도 들었으니 120만 명 정도가 극장을 찾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기지만 최근의 흥행세를 볼 때 200만 관객 돌파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징후는 좋다. <해운대>, <국가대표>의 꾸준한 뒷심 흥행과 할리우드 스타급 배우를 앞세운 <어글리 트루스> < S러버 > 등의 신작의 맹공 속에서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라는 메시지가 추석 명절과도 코드가 맞닿아 제작사 측은 은근히 추석 후면 “목표치를 넘기지 않겠나”라고 예상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애자>의 관객층이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추석 명절을 앞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애자>는 평일에도 4만~5만 명이 꾸준히 들 정도로 중장년층 관람객이 많다. 최근에는 친구나 동네 사람들이 함께 단체로 관람을 오는 등 입소문이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다.

<애자>의 홍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노기획’의 김은성 대표는 “영화의 진정성을 믿고 ‘가족’이라는 감성을 이끌어 내자라는 기획이 맞아떨어졌다”며 “특별한 모녀관계, 유쾌한 영화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여성 관객을 주로 공략했다. 최루성, 신파라는 메시지는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시사회 전까지는 일부러 숨겼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세대별로 다른 여성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진행해 구전(口傳)으로 ‘눈물코드’ 마케팅을 했다고 밝혔다. 사실 <애자>의 드라마 소재는 별 것이 아니다. 사고뭉치 딸과 그런 딸을 억척스럽게 다스리던 엄마가, 엄마의 지병이 재발하며 화해하고 이별하는 이야기는 다분히 구식(舊識)이다. 하지만 이 뻔한 상투적인 이야기에도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엄마’라는 원죄의식을 적절하게 마케팅에 활용했다. 덕분에 시사회를 보고 난 관객들은 온라인 공간에 ‘부모님과 꼭 함께 봐야 될 영화’로 추천하면서 흥행을 이끌었다.

<애자>의 경우처럼 최근의 영화 흥행의 보증수표는 입소문이다. 이는 800만 돌파를 눈앞에 둔 <국가대표>나 벌써 8O만 명을 훌쩍 넘어선 인도영화 <블랙>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지난해 최고 흥행작이었던 <과속스캔들>도 배급의 힘을 빌지 않고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개봉 첫 주보다 오히려 다음주에 관객이 늘어나는 호(好) 현상을 빚기도 했다.

한 영화관계자는 “주요 영화 관객들이라고 할 수 있는 20~30대 관객들은 영화평론가나 기자들의 영화 평보다는 포탈이나 영화전문 사이트에서 네티즌의 평점이나 리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애자>나 <국가대표>의 경우에도 온라인 공간에서 영화의 가치를 알리는 글이 꾸준하게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흥행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시사회가 입소문에 가장 좋다는 의견이다. 한 영화 홍보마케터는 “<웰컴 투 동막골> 이후로 영화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되면 대규모의 일반 시사회를 벌인다”며 “시사회 반응이 가장 무디고 힘든 방식이기는 하지만 또한 가장 정확한 정공법인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케팅 없는 영화 없다>를 출간한 김혜원 청운대 광고홍보과 교수는 “1억원의 마케팅비가 든 독립영화 <워낭소리>, 40억원의 마케팅비가 든 대작 <중천>을 각각 성공과 추락으로 가른 것은 입소문”이라며 “인터넷, 케이블TV, IPTV 등 매체들이 늘어나면서 입소문이 예전에 비해 훨씬 빨리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에 대한 폐해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거의 정리가 됐지만 한때 고의적으로 입소문을 내기 위해서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온라인 공간에서 해당 영화를 띄운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또 인터넷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파워블로거가 영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정보를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이 주는 유혹이 자칫 독배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은 비단 영화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극이나 출판, 음악 등 모든 문화 분야에서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됐다. 100석 규모의 전용극장에서 시작해 지난해 관객 15만 명을 동원한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언론의 주목보다 관람 후기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얻었다. 100만부 이상을 팔면서 올해 최고의 소설로 자리매김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경우도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확산시켰다. 이처럼 입소문 마케팅은 적은 비용으로, 그리고 꾸준히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인터넷 입소문 마케팅은 네티즌의 자발적인 참여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파급효과를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억지로 띄운다고 관객과 소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영화의 힘을 믿고 어떻게 하면 관객과 접점을 맞출 것일까를 고민하다보면 자연히 입소문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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