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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이 휴전 협상이 결렬된 지 이틀 만에 가자 주민에게 이주 대피령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엑스(X·옛 트위터)에 “가자 주민 여러분, 대피 지시에 따를 것이 여러분의 안전과 생명,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자 남부를 겨냥한 지상 작전의 전초 단계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월 말 지상전을 통해 가자 북부를 접수하기 전에도 비슷한 명령을 내렸다.
이날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의 하마스 주요 전선에서 지상 작전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이스라엘 남부지역 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에서 작전 실행을 공식화했다.
한 가자 주민은 초기엔 집과 대피소가 대피구역에 포함되지 않아 그대로 머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떠나라는 내용이 담긴 음성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유엔(UN)은 계속되는 정전과 불규칙한 통신으로 인해 가자 주민이 온라인 지도를 볼 수 있는지, 연락을 받을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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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피 명령을 받은 가자 주민은 이미 한 번 이상 가자 북부를 떠났던 이들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동해 온 남부에서도 폭격의 위협이 이어지고 피란민으로 과밀화된 터라 다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자 북부에서 남부 칸 유니스로 이동한 아부와엘 나스랄라(80)는 로이터통신에 “이미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집도 사라지고 아들들도 죽었는데 두려워할 것이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아내, 여섯명의 자녀와 함께 칸 유니스의 한 학교로 피신한 야멘도 “가족을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주민에 배포한 대피 지도에는 이미 피란민으로 넘쳐나는 대피소나 자체적으로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한 가자 남부 해안 소도시인 알마와시로 안내하는 큰 주황색 화살표가 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이 지명한 안전지대에서 충분한 보급품이나 피난처를 제공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일부 피란민에 따르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도 없으며, 노점상이 파는 채소 몇 가지 외에는 판매하는 음식도 없고, 화장실조차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구호 단체의 손길 역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구상한 안전지대 알마와시 구역 설정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은 “어떤 안전지대도 일방적으로 선포되거나 군대의 존재에 의해 강제되는 경우 진정으로 안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