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액수=국민지원금 대상자 수?…오징어게임 속 숫자의 비밀

010·456·1, 오징어 게임 속 숫자에 담긴 이야기들
  • 등록 2021-10-04 오후 8:38:00

    수정 2021-10-04 오후 8:38:00

"야, 4885. 너지"

콘텐츠 속에서 숫자는 때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강렬한 이미지로 남는다. 아직까지도 명대사가 회자되는 '추격자'가 대표적이다.

"디스 이즈 스파르타" 함성 문구로 유명한 '300'은 300이라는 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이른바 '숫자마케팅'을 영화 제목부터 활용했다.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100만 대군에 맞섰던 스파르타 전사의 수가 300명이다.

'오징어게임'이 세계를 무대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논란없던 순항은 아니었다. 콘텐츠 속 일반인 전화번호가 노출돼 진통을 겪었다. 이어 계좌번호도 실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유독 숫자와 관련해 논란이 많은 작품이다.

'오징어게임' 속 숫자들에는 어떤 이야기가 얽혀있는지 정리해 봤다.

(사진=넷플릭스)
[010-XXXX-XXXX] 전화번호, 왜 썼을까? '오징어게임 주최측 전화번호'와 동일한, 또는 유사한 전화번호를 가진 일반인이 장난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려졌다. 하루에도 2000건 넘는 전화가 와 잠도 못 잔다는 그들의 고통도 전해졌다. 그런데, 왜 진짜 전화번호를 썼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제작진이 소홀해서다. 제작진은 "확인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010을 붙이지 않아도 전화가 걸린다는 것을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어지는 질문은 왜 영화용 전화번호를 쓰지 않았냐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11년부터 '한국영화 스크린 노출용 전화번호 제공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오징어게임'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따로 영화용 전화번호를 마련해 놨다. 현재 총 6개의 전화번호가 서비스되고 있다.

영화관계자들에 한해 사전신청 후 사용할 수 있고, 실사용되는 번호가 아니여서 수신이 불가능하다. 최근 대장동 사태로 재조명 받고 있는 영화 '아수라'에서 등장하는 조인성 아내 역의 전화번호가 바로 이 번호다.

<오징어게임>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던 것은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 서비스는 영화로 볼 수 있는 작품에만 제공된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상 영화는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公衆)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다. 극장 개봉한 영화만 영화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제작진이 이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오징어게임'은 OTT 드라마로 분류돼 이용하고 싶었어도 불가능했다. [456] 오징어게임, 한국 사회 축소판? <오징어게임> 속 우승자가 전달받는 체크카드의 계좌번호도 실제로 있는 번호다. 제작진은 해당 계좌 소유주와 사전 협의 후 사용했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이 우승자의 상금이 '456억'원이라는 데 착안해, 해당 계좌번호로 '456'원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우승상금은 왜 456억원이었을까?

재미있게도 로또와 관련있다. 황동혁 감독은 언론에 "숫자(상금액)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떠돈다"며 왜 456억원을 상금액으로 했는지를 밝혔다.

황 감독이 2008년 작품을 구상할 당시에는 참가자가 1000명이었고, 우승상금은 100억원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현재 100억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돼 상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로또 역대 최고 당첨금액이 407억원이라서, 400억대에서 기억하기 좋은 숫자 '456'억원으로 정했다는 게 황 감독의 설명이다.

'꿈보다 해몽'일 수 있지만, 456이란 숫자는 일반 국민과도 연관 있다. 지난달 6일부터 25만원씩 지급됐던 국민지원금 대상자(소득 하위 88%)가 약 4560만명으로 추산된다.

(사진=넷플릭스)


당연한 얘기지만 드라마 속 게임 참가자들도 극 설정상 소득 하위 88%에 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오징어 게임'이 '한국 사회 축소판'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 최정상 '1위', 드라마에선 평등 한국 드라마 중 처음으로 넷플릭스 '전 세계 가장 많이 본 TV 쇼' 1위를 차지했다. 세계 각국으로 나누어봐도 돋보이는 '1위'다. 지난달 30일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 작품이 동시에 전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다.

'1위'로 최정상에 오른 사실이 홍보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에선 1이 대단히 평등한 숫자다. 456명의 참가자 모두의 목숨이 1억원이기 때문이다.

의사, 탈북자, 외국인 노동자, 조폭 등 신분과 성별에 구별없이 평등하다. 작품 속 프론트맨은 "이 게임 안에선 모두가 평등해. 참가자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경쟁하지"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끝까지 본 사람들은 알지만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스포일러여서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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