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체감경기 '사상 최악의 불황' 추락

조선업 기업경기실사지수, 全업종 중 최저치
"'수주 절벽' 본격화…회복 시기 가늠 어렵다"
  • 등록 2016-10-03 오후 2:34:28

    수정 2016-10-03 오후 2:34:28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통상 ‘좋음’ ‘보통’ ‘나쁨’ 이렇게 나눠서 기업인들에게 경영 상황을 여쭤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조선업은 거의 대부분 ‘나쁨’을 선택하더라고요.”

한국은행은 매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지표를 발표한다. 전국 3000여 법인을 대상으로 경영진과 실무진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 기업경기 상황을 설문조사하는 자료다. 경제는 심리다. 그만큼 BSI는 우리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이 조선업이다. 매출 수출 채산성 등 각종 지표에서 전(全) 업종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출 부문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불황’이 기업인들의 입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조선·기타운수 부문의 지난달 매출BSI는 51을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부정적인 응답을 한 업체가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한은이 지난 2009년 8월 한국표준산업분류(KSIC-9)에 따라 업종을 새롭게 분류해 통계를 편제한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이다.

다른 업종들과 비교해도 이는 최저치다. 노조 파업에 직면한 자동차 부문 매출BSI가 지난달 75(전월 대비 9포인트↓)다. 자동차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조선업계와 비교해보면 24포인트나 높다. 조선업 사람들이 느끼는 불황이 얼마나 혹독한지 알 수 있다.

매출뿐만 아니다. 지난달 조선·기타운수 부문의 수출BSI는 61이었다. 지난 2012년 10월(52) 이후 최저치다. 전자·영상·통신장비(100), 자동차(87) 등 다른 주력 제조업들과 차이가 상당하다. 이익의 정도를 뜻하는 채산성BSI의 경우 지난달 74를 기록했다. 섬유(73)와 함께 전업종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선업의 전반적인 기업경기를 나타내는 업황BSI는 지난달 36까지 추락했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단연 최저치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BSI 지표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조선업의 불황”이라면서 “일단 신규 수주가 안 되다보니 업계가 얼어붙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 3사는 희망퇴직 등 대대적인 비용 감축에 나서고 있다. 무급휴직을 추진하는 회사도 있다. 더 암울한 건 언제쯤 업황이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올해 들어 수주 감소가 너무 급격하게 이뤄지는 ‘수주 절벽’ 현상이 있다”면서 “인력 혹은 설비의 조정 필요성이 상당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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