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들리지만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든 석유의 종말은 그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할 수 밖에 없다. 이미 100년 만에 석유 1조 배럴이 연기로 사라졌고, 인류는 매일 더 많은 석유를 소비하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지구상 중산층 인구 비율은 현재보다 30% 확대된 52%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석유 소비가 많은 생활방식을 영위하는 중산층이 커지면서 수요에 대한 압박은 점점 가중될 것이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 석유를 찾아 추출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류가 채취하기 쉽고, 경제성 높은 석유부터 먼저 뽑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의 종말`이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고유가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국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2년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고유가가 찾아오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전세계가 에너지원 확보 전쟁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에너지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과거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돼오던 해외 자원개발 사업 분야에서 민간기업인 SK와 GS 등이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 `자원개발 매출 1조` SK, 최태원 회장 직접 발로 뛴다
올해 초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은 설 연휴를 반납하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직후 2주동안 브라질과 호주를 찾아 철광석과 석탄 광산, 액화천연가스(LNG) 업체 등을 둘러봤다. 호주에서는 SK네트웍스가 지분 25%를 갖고 있는 앵구스(Angus) 탄광에 들어가기도 했다. 최 회장은 "석탄 캐는 현장을 직접 보겠다"면서 30분 이상 운반구를 타고 6km를 이동해 지하 400m 지점에 있는 지하 갱도에 도착한 뒤 3시간동안 그곳에 머물며 현장을 체험했다. 최 회장이 `자원부국(資源富國)` 경영에 얼마나 역점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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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자원개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은 새로운 광구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2004년 10개국에서 15개 광구를 보유했던 SK이노베이션은 2007년 베트남에서 3개 광구, 2008년 콜롬비아에서 3개 광구를 추가했으며, 2009년에도 5개 새 광구에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지분원유 생산량이 3배 이상 늘었고, 자원개발 부문 영업이익이 2배 가량 증가했다"면서 "2015년까지 지분원유 보유량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억배럴까지 확대, 에너지 독립국 비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원유 10억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1년4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 GS `원유 정제능력 10%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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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시작으로 GS칼텍스는 2006년 태국, 2007년 베트남, 2009년 방글라데시, 지난해 인도네시아 광구 지분을 잇달아 사들여 현재까지 총 7개 탐사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의 지주사인 ㈜GS도 가세했다. 인도네시아, 예맨, 카자흐스탄, 이라크 등지의 탐사광구 지분을 확보, 현재 양사가 총 14개 광구에서 유전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현재 추진중인 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성사되면 정제능력의 10%를 충분히 개발원유로 조달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지속되는 고유가와 해외정세 불안에 따른 국가 에너지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에너지 자립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