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현대인들에게 휴대전화는 공기와 같은 존재다. 필수불가결한 소통의 통로이자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휴대전화 분실은 현대인들에게 악몽과 같은 일이다. 사회생활의 단절을 의미하며 자신의 치부가 대중 앞에 까발려지는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박용우·엄태웅 주연의 ‘핸드폰’(감독 김한민, 제작 씨네토리)은 현대인들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이런 공포를 건드린다. 하지원 주연의 공포영화 ‘폰’처럼 원한에 섞인 귀신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우리 삶 속에 일어날 법한 일이기에 더욱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휴대전화가 얼마만큼 치명적인 살인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호탕한 성격의 연예기획사 대표 오승민(엄태웅)은 소속 여배우 윤진아의 CF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때 윤진아의 전 애인이 휴대전화로 섹스 동영상을 보내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가해온다. 승민은 유포를 막기 위해 전 애인과 만나는 장소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린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쇠약 직전에 있는 이규(박용우)가 휴대전화를 습득해 협박을 가해오면서 지옥 같은 공포가 시작된다. 분실한 휴대전화에 동영상이 담겨 있기에 정지시킬 수도 없다. 이때부터 두 남자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베일을 벗는 이규의 정체와 승민과 그의 아내(박솔미)의 비밀이 겹쳐지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두 남자의 대결이 펼쳐진다.
이를 가능케 한 이가 바로 김한민 감독이다. 지난해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언론의 호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한민 감독은 두번째 영화에서 기대를 배반치 않았다. 깔끔한 연출과 잘 짜여진 내러티브로 스릴러 영화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냈다.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긴장감을 잠시도 잃지 않는다. 충무로에 솜씨 좋은 대중영화 감독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핸드폰’은 매력적인 소재 덕분에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스트레스가 가득한 관객들이 스트레스를 가중해줄 영화를 지지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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