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님들 '님이 오시는가' 합창한 사연

함신익 예일대 음대 교수의 '지휘자의 열정과 리더십' 강연서 합창
"감동은 거창하고 위대한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 등록 2011-01-12 오전 10:47:04

    수정 2011-01-12 오전 11:33:54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길 님이 오시는가.."

12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39층 대회의실에서는 때아닌 노래 소리가 울려퍼졌다. 말끔한 정장 차림과 반백의 중년남들이 부르는 합창.

음정과 박자가 메트로놈처럼 정확할리 없지만 이들의 노래에는 나름의 성의가 담겨 있었다.

삼성그룹 사장 40여명은 이날 함신익 예일대 음대 교수 겸 KBS 교향악단 지휘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가곡 '님이 오시는가'를 불렀다.

"감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모두 가사를 음미하면서 불러보세요."

함 교수는 이날 삼성 사장들에게 '지휘자의 열정과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수십년 간 메마른 비즈니스 현장에서만 살아온 사장들의 '잃어버린 감성'을 일깨우려 애썼다.

"지휘자라고 하는 것은 서번트(servant;섬기는 자), 스튜던트(student;배우는 자), 티쳐(teacher;가르치는 자), 리더(leader;이끄는 자), 인스퍼레이셔너(inspirationer;영감을 일깨우는 자)를 말합니다."

사장들에게 모두 지휘봉을 나눠준 뒤 함 교수는 '지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지휘자의 카리스마는 모든 것을 완벽히 통제하는 지휘봉 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직함과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가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설득력있게 구성원들의 양해와 동의를 얻는 것으로부터 진정한 카리스마가 탄생한다는 것.

◇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기업 경영인은 서로 닮아있다" 함 교수는 이어 오케스트라 연주에 빗대 구성원들의 화합을 도모해야 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그냥 지휘봉 끝으로 모든 단원들을 끌여들여 연주하면 잘 안된다"면서 "단원들끼리 서로의 소리를 듣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즉석에서 이윤우 삼성 부회장,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 등 4명을 일으켜 세워 노래를 부르게 했다.

"까치까치 설날은.."

"그렇게 하지 마시고, 이번에는 서로 바라보며 서로의 노래를 들으며 불러보세요."

그러자 엉망이었던 노래가 제법 화음을 이룬다. 객석의 사장들로부터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함 교수가 이날 사장들에게 가장 일깨우고자 노력했던 것은 다름 아닌 '감동 경영'이었다. 그는 자신이 객원지휘했던 몽골 국립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눈물을 잊지 않았다.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악기로 연주하는 그들에게 '혼과 열의'를 바쳐 음악적 감성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단원들은 성공리에 연주회를 마친 뒤 무대 위에서 퇴장하는 지휘자에게 눈물로 보답했다.

그는 "저는 단원들을 결코 연주의 도구로 보지 않는다"며 "그것은 기업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감동이라는 것은 결코 거창한 곳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스스로 감동받고 감성을 일깨워야 감동이 탄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다른 사장들과 함께 합창을 했던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강연이었다"며 "감동 경영에 대한 리더의 몫에 대해 새삼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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