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사 10여곳 5점에 목숨 달렸다

등급경계선 `그레이존`기업, 기타조정 점수에 명운
은행-기업간 분쟁 여지 있을 듯
  • 등록 2009-01-15 오전 11:28:38

    수정 2009-01-15 오전 11:28:38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채권은행 재량으로 가감하는 5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될 수 있는 일명 `그레이 존` 건설·조선사가 10여곳 가량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들은 이들 업체에 대해 숙고를 거듭해 등급을 결정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은행과 구조조정 대상 기업간 분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별로 등급별 경계선에 있는 건설·조선사가 적게는 1곳, 많게는 5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평가에서 등급 경계선에 걸쳐진 `그레이 존` 업체가 은행별로 몇 곳씩 있는 것으로 안다"며 "총 10여개 정도의 기업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이 B등급 이상이지만 건설사 중 1곳은 B등급과 C등급의 경계선에 있어 최종 확정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의 경우 60점이상 70점 미만이 C등급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고 60점 미만은 퇴출대상인 D등급이 부여된다. 조선사는 45점 이상 60점 미만이 C등급, 45점 미만이 D등급이다.

각 은행들이 111개 건설·조선사에 대해 신용평가한 결과 69점을 받은 건설사, 59점을 받은 조선사 등 1~2점 차이로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가게 되는 기업들이 몇 곳씩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무적, 비재무적 평가 외에 5점을 가감할 수 있는 `기타조정` 점수가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사에 대한 기타조정 점수는 `사업구조 및 자금상황의 급격한 변동, 저가수주, 공사미수금의 회수전망, 관급 및 해외공사 선수금의 유입 전망, 회계감사의견, 분식회계여부, 허위자료 제출 등`을 참조해 은행이 5점을 가감할 수 있다.
 
여기서 `…등`이라는 단어가 은행의 재량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조선사의 경우 `선주의 대금지급능력과 발주취소가능성, 저가수주, 선종의 집중도, 원자재 과다발주 리스크, 원자재 수급 상황, 원가경쟁력, 선수금 수령 조건, 허위자료 제출 여부 및 파업의 가능성` 등 계량화가 어려운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은행 심사역의 판단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 5점을 매길 수 있게 했다.

건설사 신용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은행 관계자는 "재무적 항목은 수치가 증명하고 비재무적 항목의 경우에도 객관적인 자료와 기준에 따르기 때문에 자의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면서도 "기타조정 항목의 경우 기준이 있는 만큼 은행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등`이라는 대목이 있어 경계선에 있는 기업들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고 시인했다.

은행 관계자는 "1차 등급평가후 채권 은행간 조정단계에서도 기타조정 점수인 5점을 놓고 가감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자칫 분쟁의 소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KB금융(105560)지주 소속 국민은행과 신한금융(055550)지주 소속 신한은행, 하나금융지주(086790) 소속 하나은행 등 대부분 채권은행들은 건설·조선사에 대한 1차적인 등급 평가를 잠정적으로 마쳤다. C등급 이하 기업이 포함돼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금융지주(053000) 소속 우리은행과 농협의 경우 오는 16일, 또는 주말까지 등급 분류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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