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구조된 작업 반장 박정하(62) 씨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두 가지 부탁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자가 ‘퇴원하면 제일 먼저 해 보고 싶은 일을 뭔가?’라고 묻자, “어저께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이 왔더라. 두 가지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 등이 윤 대통령의 쾌유 기원 카드와 선물을 박 씨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5일 오후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 박정하(오른쪽) 씨가 보조작업자 박 모씨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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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광산에 종사하고 있는 광부들은 마지막 보루다. 그 사람들은 사실 어디 갈 때 없어서 광산에 일하는 사람이다. 절실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그런 것들을 관리하는데, 이 광산도 사고 나기 전날 관계 기관에서 안전 점검을 하러 왔었다. 그리고 바로 그 이튿날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에 의해서 안전하다고 평가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안전한지 가서 두들겨보고 만져보고 (점검해야 한다)”라며 “옷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그냥 왔다가 가는 그런 형식으로 (점검)하지 말고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걸 꼭 좀 보고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도 앞으로 그런 것들을 사회 활동에 접목해서라도 (일)하고 싶다”며 “너무 불쌍하잖나. 내가 왜 죽었는지, 왜 이런 위험한 일에 처해 있는지, 이런 것들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겉핥기식으로 건너가다 보니까 예고 없는 이런 사고들이 발생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 씨가 매몰사고를 당한 광산에선 지난 8월 29일에도 갱도가 무너져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때 26년 경력의 베테랑인 박 씨는 직접 구조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생환한 광부 2명에게 쾌유를 기원하며 지난 5일 보낸 감사카드. 윤 대통령은 감사카드와 함께 홍삼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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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고립 당시 동료들이 분명 자신을 구하러 올 거란 믿음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광부들의 습성을 좀 안다. 동료애라는 건 다른 직종의 동료들보다 굉장히 더하다”며 “질릴 정도로 끈기 있는 인간애가 있다. 그래서 절대 그런(구조를 포기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은 안 해봤다”고 말했다.
또 “구조돼서 나가는 순간 수많은 동료들이 밖에서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봤을 때 제가 그 동료들한테 정말 고맙다는 위로를 해 줄 정도로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라고 했다.
|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 매몰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11시께 구조 당국은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생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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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근육 상태는 많이 호전돼가고 있다. 정신적으로 받았던 트라우마가 좀 있는 것 같다”며 “자는 도중에 소리도 좀 지르고 행동 자체도 커지는 게,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저보다 더 힘든 분들, 저도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힘내시고 열심히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