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구제금융을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구제금융 재협상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총선에서 승리했던 급진좌파 연합인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구제금융 연장을 받아들이면서 국제 채권단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20일 그리스와 채권단이 4개월 구제금융 연장에 합의했으며, 그리스 정부가 23일까지 개혁조치에 관한 목록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개혁안은 트로이카 채권단이 검토한 뒤 추후 목록을 구체화해 오는 4월말까지 합의할 계획이다. 이같은 구제금융 연장 합의로 그리스는 재정 개혁을 수행하기 위한 시도는 물론 채권단과 후속 계약을 협상할 시간을 벌게 됐다.
다만 그리스가 4개월 구제금융 기한을 연장하는 대가로 국제 채권단에 제출하기로 한 경제 개혁조치가 받아들여질지 여부가 문제로 남아있다. 앞서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이행되지 않거나 탈세 및 부패 척결, 행정 투명화 방안 등이 요구된 그리스의 개혁안이 채권단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 그리스는 다시 자본 부족과 채무불이행, 유로존 탈퇴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고 있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0.86%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61% 올라 두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