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그룹 회장이 한국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22일 오전 8시를 조금 넘어 숙소인 롯데호텔을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일본 일정의 취소로 한국에서 하루를 더 묵게 된 버핏 회장은 이날 오전 전용기를 타고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대구텍 인도법인으로 향했다.
버핏 회장은 인도에서 3박4일의 강행군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짧고 굵은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많은 이슈를 남긴 버핏 회장. `현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가 한국에서 내뱉었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깊은 인상을 남기며 화제를 불러모았다.
○…버핏 회장은 지난 20일 오후 9시10분께 전용기편으로 대구공항에 입국, 두번째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헐렁한 회색 트레이닝복에 운동화를 신은 소탈한 모습으로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 오기 위해 8000마일을 날아왔다"는 버핏 회장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마중나온 환영단과 일일이 악수하는 등 격의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버핏 회장이 공식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한 것은 다음날인 21일 오전부터. 전날 인터불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버핏 회장은 대구텍에서 마련한 링컨 컨티넨털 승용차를 타고 오전 8시47분께 회사에 도착했다.
버핏 회장은 대구텍 내 제품 성능시험공장을 시작으로 공장 내부를 일일이 걸어다니며 시찰했다. 버핏 회장은 직원들로부터 대구텍의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은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한 시간여의 공장 시찰을 끝낸 버핏 회장은 `대구텍 제 2공장 기공식` 행사를 마치고 곧장 기자회견을 가졌다. 81세의 워렌 버핏은 기자들의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하면서도, 곤란한 질문에는 유머를 섞어가며 받아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큰 관심과 함께 인수 의사를 피력하다가도,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실적 좋은 기업들은 오너가 팔 생각이 없더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버핏 회장은 대구텍에서 마련한 `하늘색 한복`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고는, 입고 있던 정장 상의를 벗고 한복으로 옷을 갈아 입는 성의를 보여줬다.
○…버핏 회장은 `애플` 대신 `코카콜라`에 투자하는 배경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애플이 훌륭한 회사임에는 틀림없지만, IT주는 10년 뒤를 내다보기 힘들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 그에 반해 코카콜라는 10년 후에 어떤 모습이 될 지 판단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버핏 회장이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아닌, 포스코에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버핏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포스코(005490)에 대해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철강회사(Incredible Steel Company)"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핏 회장은 30여분간의 짧지 않은 기자회견을 마친 버핏 회장은 대구스타디움 투어 참석 뒤 곧장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이동, 론 올슨 버크셔 해서웨이 파트너와 함께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버핏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한국의 성공 원천은 지성과 열정이고,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요인을 가진 나라"라며 "다음 주주총회때 한국의 성공사례를 보여주겠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버핏 회장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먹었던 `소탈한 식사 메뉴`도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버핏 회장은 21일 기자회견 뒤 가진 VIP오찬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와 코카콜라,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같은 날 저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의 일행 18명을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도 "햄버거 정도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는 버핏 회장이 투자한 회사다. 버핏 회장은 피곤함을 호소하며, 신 회장과의 면담을 짧게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텍 관계자는 "신 회장과의 만남은 약 20분간 진행됐다"고 전했다.
○…버핏 회장은 22일 오전 8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숙소인 롯데호텔을 나왔다. 버핏 회장은 에이탄 베르타이머(이스라엘 IMC그룹 회장)과 함께 오전 중 본인의 전용기를 타고 인도 뱅갈루루에 있는 대구텍 인도법인을 방문할 예정이다.
숙소를 나왔을 때 버핏 회장은 트레이닝복과 운동화 대신 검은색 정장과 구두를 신었다. 버핏 회장은 서울까지 함께 온 대구텍 임직원들의 공항 배웅을 마다한 채, "잘 대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말만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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