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어윤대號 출범..산적한 해결과제

10개월 경영공백 연착륙부터 매진해야
`외풍막고 내부추스려` 리딩뱅크 탈환+영업력 회복
은행장 선임등 합리적 인사해야 내부개혁 가능
M&A로 균형된 포트폴리오 완성도 과제
  • 등록 2010-07-13 오전 11:00:20

    수정 2010-07-13 오전 11:00:20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스타 대학총장` 출신인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13일 공식 취임했다. KB금융지주가 각종 대내외 악재 속에 추락을 거듭해온 터라 어윤대호 출범의 의미와 기대는 그 어느때 보다 남다르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금융권 안팎에선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분류되는 힘있는(?) 새 회장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려도 적지않다. 
 
잃어버린 리딩뱅크의 자존심 회복을 비롯해 반목과 대립으로 상처입은 조직의 통합 작업, 외풍으로 점철된 KB금융 역사의 단절 등 어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계기로 촉발될 은행 산업 재편의 한축으로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어 회장으로선 부담이다. 1인당 생산성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도 그의 몫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어 회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KB금융의 연착륙에 우선적으로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거창한 구호 보다는 내실을 촘촘히 다져가는 게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조언이다.     
 
어 회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 직후 기자회견 등 모든 대외행사를 뒤로 한 채 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 방문을 첫 공식 일정으로 잡았다. 이후 여의도 지역에 있는 거래 중소기업을 방문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의 영업력 회복이라는 기본부터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실적으로 보여줘야..리딩뱅크 위상 회복시급 

최근 KB금융은 신한지주(055550)와 매번 비교당하곤 했다.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긴 처참한 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직원수나 네트워크 총자산 어느 하나 신한지주보다 모자람이 없지만 실적 등 각종 지표는 한참 모자르다.
 
지난 1분기만해도 신한지주가 779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KB금융의 이익은 5727억원에 불과했다. KB금융의 총자산이익률(ROA)도 0.88%로 신한금융의 1.2%에 한참 뒤졌다.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만 잘하면 앉아서 돈 버는 소매금융의 강자 KB금융이 내부적으로 얼마나 곪아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주력사인 국민은행이 상반기에만 9000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쌓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 2007~2008년 뒤늦게 자산을 불린 여파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어 회장이 은행 업무를 보고받는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어 회장은 리스크관리를 포함해 여신, 해외투자, HR(Human Resources) 등 4개 부문을 시급한 개선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1인당 생산성과 경영효율성을 강조해 왔던 만큼 인력재배치 등 구조조정도 어 회장의 몫이 됐다. 우선은 국민카드 분사를 재추진하고, 캐피탈사 설립을 통해 은행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노조나 직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부터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 행장 선임 등 합리적 인사로 내부 개혁 우선

그러나 이같은 방안들을 실행하고 리딩뱅크의 위상을 되찾기에 앞서 어 회장의 가장 첫 번째 숙제는 조직 추스리기다. 지난해 9월 황영기 회장 퇴임과 두번의 회장 선임과정, 올초 국민은행 종합검사 등을 거치면서 사실상 10개월의 리더십 공백기간으로 혼란해진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영업력도 회복시킬 수 있다. 

게다가 최근들어선 정권 실세들이 KB금융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들이 잇따르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의 당사자가 국민은행의 하청업체 대표인데다 지난해말 KB금융 회장에 이어 조만간 실시될 국민은행장 선임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 회장에겐 이런 외압으로부터 KB금융을 지키고 내부를 다잡아야 한다는 리더십까지 요구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어 회장의 첫 시험대는 국민은행장과 KB금융지주 사장 선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누구는 (어회장과 동문인)고대 출신이어서`, `누구는 TK출신이어서`라는 이유 말고 어 회장과 함께 KB금융을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적임자를 뽑았다는 평가를 받아야한다. 

◇ 튼튼한 자본력 강점..M&A 통해 규형된 포트폴리오 짜야

KB금융지주 자산의 95% 이상은 은행에 몰려있다. 금융지주사라는 말이 무색하다. KB금융지주가 출범 이후 증권 보험 등 비은행권 확대를 통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짜는데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어 회장의 과제중 하나는 비은행권 비중 확대다.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방침에 따라 우리금융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고, 외환은행도 주인을 찾고 있다. 어 회장은 내정자 신분에서 여러차례 대형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보유한 우리금융(053000) 인수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M&A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뒤 지금은 한발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세계 50위 정도 되는 글로벌 은행이 나와줘야 한다는 지론에 비춰 그의 최우선 과제인 영업력 회복이 어느정도 가시화된 시점에선 우리금융 등 M&A 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를 거론하면서 KB금융지주의 주가가 연일 빠졌던 전례를 감안하면 시장이 납득할 만한 M&A여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단순히 대형화를 위한 M&A가 아닌 시너지를 살릴 수 있는 신중한 M&A가 기본 전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 관련기사 ◀
☞KB금융, 어윤대 회장 내정자 이사 선임(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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