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4개월 정도 폭행 및 가혹행위가 이어졌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간부마저 전입 신병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 작년 말부터 전입 신병 상대 가혹행위·폭행 = 군 검찰이 작성한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포병대대 의무반의 이모(26) 병장과 하모(23) 병장, 이모(21) 상병, 지모(21) 상병 등 4명은 상해치사와 공동폭행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의무반의 의무지원관인 유모(23) 하사도 윤 일병에 대한 폭행 및 폭행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28사단 보통군사법원의 결심공판은 오는 5일로 예정돼 있다.
수사결과 이 부대 선임병들은 작년 12월부터 전입 신병을 대상으로 가혹행위와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장을 보면 작년 12월 말 이 병장은 윤 일병이 전입해 오기 전 ‘막내’였던 이모(21) 일병에 대해 큰 소리를 못 낸다는 이유로 입에 치약을 짜 놓고 삼키게 하는 방법으로 치약 1통을 다 먹도록 했다. 작년 9월 입대한 이 일병은 그해 12월 이 부대에 배치됐다.
비슷한 시기 이 병장은 이 일병의 목소리가 작고 대답을 못한다는 이유로 침상에 누워 입을 벌리게 한 뒤 1.5ℓ 페트병에 담긴 물을 들이붓는 ‘물고문’ 형태의 가혹행위도 했다.
하 병장도 올해 1월 이 일병이 동문서답을 했다는 이유로 이 일병의 뺨을 5회 때리는 폭행을 가했다.
◇ 윤 일병, 자대배치 첫날부터 매일 폭행·가혹행위 당해 = 올해 3월 3일 전입해온 윤 일병은 자대배치 첫날부터 거의 매일 폭행 및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폭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고참인 이 병장은 윤 일병에게 24차례에 걸쳐 폭행을 가하고 11차례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록돼 있다.
이 병장은 3월 초 윤 일병이 질문에 대답을 똑바로 못했다는 이유로 의무창고로 데리고 가 길이 1m짜리 마대자루로 4~5회 때렸다. 의무창고에 함께 있던 이 상병도 이 병장의 폭행으로 부러진 마대자루를 들고 윤 일병의 종아리를 때렸다.
이 병장은 같은 달 15일에는 윤 일병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허벅지 측면을 무릎과 발뒤꿈치로 60회 폭행했고, 29일에는 윤 일병에게 2시간 반 동안 기마자세를 시키고 윤 일병이 다리를 저는 것을 알면서도 생활관을 4~5회 왕복해서 뛰도록 했다.
그는 이후에도 4차례 밤 10시 이후 윤 일병에게 기마자세를 시키고 자세가 흐트러지면 바로 잡도록 했으며, 기마자세가 끝나고는 다음날 아침까지 잠을 자지 못하게 했고, 하 병장과 지 상병은 윤 일병이 잠을 자지 못하게 감시했다.
이 병장은 생활관 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윤 일병에게 핥아먹도록 하거나 음식을 먹는 윤 일병의 얼굴을 때려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떨어진 음식물을 핥아먹도록 하는 가혹행위도 자행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록돼 있다.
◇ 관리·감독 책임 부대 간부마저 윤 일병 폭행 = 병사 간에 폭행 및 가혹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해야 할 간부마저 윤 일병을 폭행한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의무지원관으로 의무반 내 유일한 간부였던 유 하사는 3월 15일 윤 일병이 이 병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지 상병에게서 듣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선임병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이 일병도 4월 5일 이 병장으로부터 ‘맞선임(바로위 선임)인 네가 관리해라’고 질책을 받자 윤 일병의 가슴을 3회 때리기도 했다.
다만, 군 수사당국은 이 일병도 선임병의 폭행 및 가혹행위의 피해자이고 윤 일병에 대한 폭행이 상습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일병을 기소하지는 않았다.
◇ 윤 일병에게 수액주사 놓고 다시 폭행 = 윤 일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4월 6일 집단폭행 직전에는 이 병장이 가혹행위 이후 윤 일병에게 수액(링거) 주사를 놓아준 사실도 확인됐다.
수액 주사를 놓아주고 나서 당일 오후 4시7분께 의무반 생활관에서 냉동식품을 먹던 중 윤 일병이 음식을 쩝쩝거리고 먹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 병장 등 선임병 4명이 폭행을 가했고 오후 4시33분께 윤 일병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 병장은 윤 일병이 오줌을 싸고 쓰러지려는 것을 보고 꾀병을 부린다며 발로 윤 일병을 폭행했고, 이 상병은 윤 일병의 정신이 오락가락해 물을 먹이려고 했으나 윤 일병이 먹지 못하자 머리를 3회 때렸다.
오후 4시40분께 윤 일병의 심장이 멈추자 선임병들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구급차를 불렀다.
윤 일병은 다음날인 4월 7일 오후 4시20분께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