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가정보원의 무리한 간첩사건 수사를 다룬 KBS의 ‘추적60분’에 대해 법정 제재인 ‘경고’ 조처를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추적 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이 방송심의 규정 제9조(공정성)와 제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를 위반했다며 경고 조치를 내렸다. 경고는 방통심위의 제재 중 과징금과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다음으로 강한 수준이다.
이날 여당 추천 위원은 모두 ‘재판에 영향을 줄 만했다“고 제재를 강조했고, 야당 추천은 ’문제없음‘을 주장했지만 수적 열세에 밀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편’은 국가정보원이 간첩 혐의로 기소한 서울시 공무원 유모 씨가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과정을 소개했다. KBS는 국정원이 혐의를 씌운 내용과 관련해서 하나씩 검증하는 내용을 담았다. 통진당 이석기 사태가 불거지면서 KBS에서 자체적으로 국정원에게 민감한 시기라는 이유로 한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KBS 재심의 절차를 거쳐 결국 방송이 됐다.
하지만 방송심의규정 11조인 ’방송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에 심의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조항은 언론의 자유를 심하게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이 조항은 미국처럼 배심원 제도에서 유용하지 우리나라 법문화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일 경우에는 모르겠지만 배심원 제도가 없이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법률가가 재판을 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조항은 사법부에 대한 모독을 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PD연합회 등은 “1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난 사건을 파헤친 프로그램임에도 방통심의위는 중징계를 결정했다”며 “과연 징계를 받아야 할 곳은 ‘추적 60분’인지 ‘방통심의위’인지 따져볼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