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최종 출시 마지막 회의 때 김슬아 컬리 대표가 맛보더니 박수를 치면서 너무 맛있다고 하는 거예요. 미식 감각이 남다른 분이라 정말 맛있을 때만 나오는 반응이거든요. ‘컬리의 색을 잘 입혔구나’ 생각이 들었죠. 맛과 품질을 모두 잡고자 했습니다” | 정보우 컬리 상품마케팅 HMR(가정간편식) 그룹장 (사진=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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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우 컬리 상품마케팅 HMR(가정간편식) 그룹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일맞게컬리’ 1호 상품 ‘육즙플러스왕교자’ 출시 비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일맞게컬리는 식품 제조사 CJ제일제당(097950)과 이커머스 컬리가 손잡고 만든 프로젝트 브랜드다. 양사의 각 장점인 식품 제조 역량과 큐레이션(선별 추천) 노하우를 결합해 지난 9월 탄생했다.
육즙플러스왕교자는 출시 3개월 만에 10만봉 판매를 돌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루 1000개, 한 달 평균 3만 3000개가 팔린 꼴이다. 통상 컬리에서 신제품 밀키트가 한 달에 1만개 이상 팔리면 잘 팔린다고 평가하는데 이 제품은 이를 훨씬 웃돌고 있는 셈이다.
상품 기획자(MD) 경력만 12년인 정 그룹장은 컬리에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총 4개월간 다른 MD들과 수없이 많은 회의와 시식 과정을 거쳤다. 만두의 고기를 국내산으로 바꾼다든지 당면의 세밀한 비중까지 고민하는 등 CJ제일제당 측과 끝없는 협의를 거쳤다. 정 그룹장은 “육즙이 팡 터지는 식감에 중점을 뒀다”며 “컬리의 역량이 깐깐한 MD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데 CJ제일제당이 우리의 피드백을 반영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제일맞게컬리는 CJ제일제당과 컬리 양측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시작됐다. CJ제일제당은 컬리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고급 수요층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반대로 컬리는 만두 등 제품으로 대중성을 넓히고자 했다. 정 그룹장은 “CJ제일제당과 컬리가 각각 프로젝트 브랜드로 만들고 싶은 품목을 교환했는데 CJ제일제당은 디저트류, 컬리는 만두류가 있었다”며 “CJ제일제당이 자사에서 가장 유명한 상품인 만두를 맡겨줬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정보우 그룹장이 제일맞게컬리 1호 상품인 ‘육즙플러스왕교자’ 상품의 개발 비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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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와 플랫폼이 손을 잡고 브랜드를 내놓은 건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업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제조사와 플랫폼은 통상 대립적인 관계다. 제일맞게컬리는 이런 통념을 넘어 서로의 강점을 살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 선례다. 제일맞게컬리는 육즙플러스왕교자와 김치만두를 출시한 후 츄러스, 붕어빵 등 디저트류로 제품을 확대 중이다.
제일맞게컬리의 흥행은 컬리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다시금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현재 이커머스에서 컬리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한 곳은 없다. 이에 다른 식품 제조사에서도 컬리에 협업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 그룹장은 “구체적으로 브랜드를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여러 식품 대기업과 프로젝트 브랜드 등의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컬리는 강남엄마들이 찾는 새벽배송앱(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세를 모았다. 국내서 쉽게 찾을 수 없는 해외 식품과 고급 밀키트 등 제품을 큐레이션하며 성장했다. 다만 ‘더 많은 고객에게 더 좋은 상품을’이라는 컬리의 지향점과는 차이가 있었다. 컬리는 프리미엄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성을 넓히고자 국내 식품사와 협업하는 등의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컬리의 최종 목표는 컬리만의 차별화한 자체브랜드(PB)를 확보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는 PB 상품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아직 컬리를 떠올렸을 때 딱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정 그룹장의 설명이다. 그는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신세계의 ‘피코크’ 등 대표 PB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협업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컬리스(Kurly’s)와 같은 컬리만의 대표 PB 브랜드를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