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트럼프 동맹?"...그들이 부정선거를 외치는 이유

트럼프 美대통령 대선 불복...부정선거 주장
민경욱 전 의원, ”민-트 동맹이다“
전문가 "확증편향에 빠져 팩트체크 소용 없어"
  • 등록 2020-11-12 오전 9:11:53

    수정 2020-11-12 오전 9:53:24

지난 3일 실시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경쟁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열성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는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 유권자들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논거가 우리나라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4·15 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이하 국투본)는 지난 7일 부정선거 집회를 통해 미국의 부정선거가 확실시된다고 주장했다.

팩트체크 전문가들은 이들의 주장이 ‘확증편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美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대선 불복트럼프의 부정선거 근거는?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들은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미시간, 노스 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위스콘신, 조지아 등 여러 주에서 실시한 선거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부분 현지 언론들은 이를 허위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트럼프 측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투표용지가 유권자 수보다 많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인 마이클 쿠드리 소셜미디어 전문가는 4일 트위터를 통해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 등록된 유권자 수(312만9000명)보다 투표수(323만9920장)가 더 높게 나왔다“며 이는 ”부정선거의 직접적 증거“라는 글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위스콘신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부로 유권자 368만4726명이 등록됐다고 밝혔고, 지금까지 330만표 이상 개표됐다"면서 "부정선거라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마이크 쿠드리가 "위스콘신에서 유권자보다 투표수가 더 높게 나왔다"고 주장한 SNS 게시글. (사진=마이크 쿠드리 SNS 캡처)


두 번째는 트럼프 측이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우편 투표함’ 관한 의혹이다.

트럼프 캠프는 ”조지아에서 선거 마감 이후 접수된 53개의 우편투표가 당일 투표용지와 섞였다“거나 ”민주당이 공화당 참관인에게 개표 과정을 숨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조지아주 법원은 1심에서 ”투표용지를 잘못 처리한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팩트체크 기관 ‘팩트체크닷오알지’에 따르면 민주당원이 조지아의 선거기구를 운영한다던 트럼프의 주장과는 달리 조지아 주지사, 국무장관, 투표 실행관리자는 모두 공화당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네바다 주에 거주하지 않는 투표인들이 우편 투표를 했다“, ”우편 투표함의 보안이 허술하다“ 등 다양한 이유의 우편투표 관련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우편투표를 개표한 후 바이든 당선자의 득표율이 비상식적으로 치솟았다는 것.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현지 팩트체크 기관에 의해 가짜뉴스라고 밝혀지는 내용들이다.

CNN은 트럼프의 이런 주장에 대해 ”대선일 이후 트럼프가 말한 거의 모든 것이 틀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BBC 방송 역시 '대선일 트럼프 연설에 대한 팩트체크'라는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대해 증명되지 않은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전 투표함이 열린 후 본인의 득표율이 마법처럼 낮아졌다는 트럼프의 게시글. (사진=트럼프 美 대통령 트위터 캡처)


부정선거가 미국에도 퍼졌다는 국투본

흥미로운 점은 미국 대선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한국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 제기자들이 지지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미국 대선의 부정선거 이슈가 한국 총선의 부정선거 재수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전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민-트 동맹’을 결성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내가 6개월 동안 선거결과를 두고 이게 통계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했었지?“라며 ”나나 트럼프나 간단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민 전 의원은 트럼프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며 "미 대선에서도 부정선거로 의심할만한 증거가 드러났다"는 게시글을 하루에 2~3시간 간격으로 게재하고 있다.

그는 또 "미국 부정선거와 한국 부정선거가 판박이"라면서 ”미국 뉴스의 흐름 속에서 국내 언론도 부정선거 이슈를 다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민 전 의원이 상임대표로 있는 국투본은 지난 7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어 ”미국 대선이 한국 총선과 똑같다“는 내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국투본 지지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미국 대선에 중국 공산당 선거 개입이 의심된다"며 "곧 대법관에 의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송대리인단 변호사들 역시 이날 집회를 통해 ”미국 대선 부정선거 해명 과정에서 한국 부정선거의 진상도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민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고 ”자칫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국민의힘이)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총선 무효 선언 촉구하는 민경욱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부정선거 주장에 전문가들 "확증편향에 빠진 것"

미국과 한국에서 주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양상은 유사하다. 한국과 미국 모두 선거를 참관하는 관리위원에 대한 의혹이나 ‘사전투표’, ‘우편투표’ 과정에서 조작된 표들이 섞였다는 내용이 주된 부정선거의 근거다.

4·15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역시 9일 한국과 미국의 부정선거 유사점이라며 ”사전투표, 우편투표를 장려하고 거기에서 특정 후보 몰표가 나온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한국과 미국의 부정선거 유사점이라는 '가로세로연구소'의 영상.(사진=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화면 캡처)


전문가는 한국과 미국에서 나오는 부정선거 주장이 유사한 이유로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시나리오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꼽는다.

국내 팩트체크 전문 언론사 뉴스톱의 송영훈 기자는 ”디지털화된 선거 시스템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개표과정 등에서 우연한 숫자의 일치나 사전투표, 우편투표 등에서 부정선거 근거를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표 후 집계까지 한 단계를 더 거치는 사전투표나 우편투표가 공격하기 쉬운 대상이라는 것이다.

계속되는 팩트체크에도 부정선거 의혹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증편향'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확증편향은 가짜 뉴스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에 맞는 특정 주장과 근거들만 골라 사실로 받아들인다.

송 기자는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지지자들에게 부정선거라는 키워드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거대 양당이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쟁점과 가짜뉴스... 일종의 '선전' 전략

청주대 사회과학연구소의 '국내외 가짜 뉴스에 대한 뉴스 공정성 연구논의 탐색'이라는 보고서에서는 선거나 정치적 쟁점이 있는 경우 가짜 뉴스가 성행한다고 분석했다. 이 가짜 뉴스들이 사람들의 정치적 지식, 의견 및 신념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

실제로 미국도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은 적 있다.

미국의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BuzzFeed)의 분석에 따르면 대선 전 3개월간 가장 인기있던 가짜뉴스는 정통 미디어의 보도보다 더 큰 반응을 얻었다.

2016년 대선 당시 20개의 페이스북 내 가짜 뉴스 반응 수는 총 871만1000건에 달했다. 이는 CNN,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전통미디어의 가장 호응이 높았던 대선 기사 20개(736만 건)의 반응을 넘어선 수치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 대선 기간 흥행한 가짜뉴스 20개 중 17개가 특정 정당에게 유리한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거나 '클린턴이 테러단체 이슬람 국가에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등의 내용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당시 가짜뉴스와 극단적 정치가 트럼프를 뽑게 만들었다며 "기존에는 언론이 정보에 대한 필터 역할을 해줬으나, SNS를 통한 정보 습득이 증가해 무분별한 정보가 난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데브 로이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연구팀에 따르면 SNS 이용자들이 본인 타임라인 속 가짜 뉴스를 공유한 횟수는 진짜 뉴스보다 70% 이상 많았다.

마가렛 설리번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의 '가짜보도' 반박에 대해 "프로파간다(propaganda), 즉 선전의 문제"라며 "같은 말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하다보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6년 관련 현상을 분석하며 " 정치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자극적 뉴스나 특정한 목적을 가진 가짜 뉴스의 범람은 국내에서 이슈화될 것"이라면서 "뉴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소셜미디어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 스냅타임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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