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나원식 기자] “업무와 관련해 거래 상대방과 3만원 이상의 밥을 먹으면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하라.” 이번달부터 은행 임직원은 업무 관계로 거래 법인이나 단체, 소속 임직원에 대해 3만원 이상의 금전과 물품 등을 제공하면 일일이 세부 내용을 기록하고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달 초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 은행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안’을 내려보냈다. 이에 은행들은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수료와 금리 인하 정책도 금융당국의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카드사들의 경우 금융당국이 지난해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적용토록 하면서 일제히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금리를 낮춘 바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사의 각종 수수료는 금융당국의 직·간접적 개입으로 시장경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함께 금융 관련법이 포지티브 방식인 경우가 많아 각 금융사가 신상품을 낼 때마다 관련 규제에 저촉되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포지티브 방식이란 법령에 명시된 사안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금지하는 방식이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폐지는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규제로 꼽힌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지표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과 유사하게 증권사의 재무건정성 지표로 활용한다. 감독 당국도 NCR 규제 완화에 공감하고 있지만 위험투자 비중이 높은 금융투자업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의 기준은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재무건전성이 더 중요한 은행권보다 1.5배 강한 기준을 들이댄 NCR 규제가 지나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고객예탁금 100%를 증권금융에 맡긴 데다 예금보험공사에 예보료도 내고 있다”라며 “이미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갖췄기 때문에 NCR보다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는 다른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콜머니와 콜론 시장 참가대상을 원칙적으로 은행권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의 불만은 크다. 콜로 초단기 자금을 빌려 운용하던 증권사는 전자단기사채와 같은 다른 수단으로 자금 조달을 해야 하고 결국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간 불황에 금융투자사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힌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개혁 추진방향’을 내놓으면서 밝힌 금융규제는 3월 현재 등록된 규제만 876개에 달한다. 협회 등의 내규, 업무프로세스, 가이드라인 등 비명시적 규제도 756개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