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만 해도 이 회장은 정보통신을 아는 명석한 천재형에 카리스마도 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과의 친분으로 위기를 맞은 KT를 혁신할 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5년 사이에 이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여전히 강한 리더십과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지만, 껄끄럽지만 꼭 필요한 목소리보다는 몇몇 낙하산 임원의 이야기만 경청한다는 평가도 있다.
이 회장은 3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CEO)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2008년 검찰 수사로 사임한 남중수 전 사장의 전철을 밟게 된 것이다.
이석채 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청와대, 정통부 거친 경제관료…공직 사회 일부는 배신감
이 회장은 1968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진출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40세가 되기 전에 청와대 부이사관으로 발탁됐다. 김영삼 정부에서도 정통부장관과 청와대경제수석을 역임하는 등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었다.
당시 차관이었던 정홍식 전 데이콤 사장과 달리 미국으로 건너 가서 3년간 체류하다가 2001년 귀국했다. 이 때문에 공무원 사회 일각에서는 앙금을 털어놓는 사람도 있다.
이후 그는 2006년 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서울대학교 초빙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썼으며, 태평양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8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KT 사추위에 신청서를 내고 사장이 됐다.
|
이석채 회장은 이후 2009년 1월 임시주총에서 주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 사장(CEO)으로 선임됐다.
CEO에 오른 그는 KT-KTF 합병, 아이폰 도입을 통한 스마트생태계 혁신, 스카이라이프 인수를 통한 국내 최고 미디어그룹으로의 변신, 신용카드(비씨카드)와 렌트카(KT금호렌터카) 같은 비통신영역에서의 성공 등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009년 단행된 6000 명의 구조조정과 이후 직원들의 잇따른 자살, 지나친 외부 임원 영입 등으로 입방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재벌회사와 달리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경영자 시장을 열었다”고 자부했지만, 정치권의 요구로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고위 임원으로 와서 KT 임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논란은 결국 KT 출신 국회의원의 비판으로까지 이어졌다. 권은희 의원(새누리)은 10월 31일 미래부 국감장에서 친정인 KT의 이석채 회장에 대해 “KT가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아주 안타깝지만, 실제로 KT의 경영현황은 굉장히 악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은희 의원은 “이렇게 경영하면서도 외부에는 굉장히 호화롭게 포장한다”며 “이렇게 경영하는 분(이석채)이 마지막까지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지금 심은 사과나무를 잘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데 유념해 달라”고 비판했다.
▶ 관련기사 ◀
☞ 전방위 압박, 이석채 결국 사의...후임은?(종합)
☞ 이석채 회장, 이사회에서 전격 사의표명
☞ 이석채, 이메일로 사의표명.."솔로몬왕 앞 어머니 심정"(전문)
☞ 이석채 귀국전 전방위 압박..내주 소환조사 예상(종합)
☞ 이석채 비서실장 사무실도 압수수색..회장은 내일쯤 귀국
☞ [국감]輿도 野도 정부도 KT 비판..속타는 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