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고, 휴대전화 보고…`시간 때우기 전락` 음주운전 교육 현장[르포]

■만취운전 공화국
음주운전 안전교육 현장 가보니
졸거나 게임하거나, 통화하는 수강생도
줄지 않는 음주운전 재범률…교육 실효성 의문
"교육뿐 아니라 처벌 강화해 경각심 모아야"
  • 등록 2024-12-04 오전 6:15:00

    수정 2024-12-05 오전 9:58:44

[이데일리 이영민 박동현 기자] “수업 시작 전부터 자거나 모바일 게임 하는 사람들도 많죠. 강사가 제지하긴 하는데, 어수선해요.”

서울의 한 음주운전 예방 교육장에서 음주운전자를 상대로 특별교통안전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예약이 마감된 수업이지만 일부 좌석은 비어있다.(사진= 이영민 기자)
지난 22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의 한 음주운전 교육장에서 만난 교육생들은 음주운전 재발을 막기 위한 특별교통안전교육(안전교육)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졸거나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실제 수업 접수 후 늦게 입실하거나 수업 도중 밖으로 나와 통화를 하는 수강생도 일부 볼 수 있었다. 결국 안전교육 시간만 채운 음주운전 전력자들이 다시 도로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날 108명 정원이 모두 예약된 오후 안전교육 강의실에는 20석 넘게 빈자리가 있었다. 일부 수강생은 음주운전 예방에 관한 수업임에도 옆에서 냄새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술을 마신 채 참석했고, 쉬는 시간이 끝났음에도 수업 시작시간까지 담배를 흡연한 뒤 느린 걸음으로 되돌아가는 이들도 쉽게 목격됐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이들은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진행하는 안전교육을 받아야 운전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강생조차도 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40대 남성 A씨는 “작년 말에 한번 걸려서 왔는데 사실 중간에 다른 생각을 해서 (수업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며 “마지막 시청각 교육은 안 봤다. 벽 쪽에 앉은 사람은 자는 것 같던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다른 교육장에서 만난 김모(36)씨는 ‘어떤 내용이 기억에 남느냐’라는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는 “오늘 끝나면 바로 하루 만에 재취득 가능하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며 “의무교육이라 그냥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했다.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들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과거 교육에 참여한 한 강사는 “술을 마시고 오는 사람도 있는데 여기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싸움이 나기도 한다”며 “이런 소수를 신경쓰느라 교육 분위기를 망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지적하지 않고) 버리고 가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0명 중 절반은 수업을 잘 듣는 편인데, 20명 정도는 (수업을) 듣다 말다 하고, 나머지는 고개만 숙이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회 이상 음주운전 재범비율은 42.3%로 집계됐다. 음주운전자 중 절반 가까이가 재범이라는 얘기다. 특히 4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자 증가가 두드러진다. 결국 음주운전자에 대한 교육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사람마다 음주운전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 접근만으로는 음주운전 재범률을 줄일 수 없다”며 “재범자 중에는 교육 이외 제도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있는데, 사회적 지원과 ‘음주운전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높이는 등 음주문화의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단은 재범률 감소를 위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더 나은 교육 제공과 교육생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교육뿐 아니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교육의 필요성은 당연히 있지만, 그 내용이 음주운전자에게 새겨질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과 철저한 단속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유상용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초범자의 경우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경각심을 주기 힘들다. 유치장 구류 등 다른 제재 조치를 더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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