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토론회에서 “엘리엇은 벌처펀드의 선구자이고 국제 ’알박기‘ 펀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행동주의 펀드의 극단에 서 있다”면서 “포퓰리즘을 활용한 이익 추구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시장가격이 잘못됐다고 얘기할 때에는 누가 시장가격을 조작하는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주식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들이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얘기는 자신들의 행동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들 간에 사익을 둘러싼 분쟁처럼 비치고 있지만 제도적인 틀과 앞으로의 정책 방향 등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이 분쟁의 결과 또한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엘리엇과 삼성 간의 분쟁을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허상에서 벗어나 세계경제 상황과 한국경제의 실제를 반영한 보다 현실적인 기업관에 기반을 두고 재벌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포이즌 필(poison pill)과 같이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항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소버린, 헤르메스, 아이칸, 론스타 등 투기자본은 대주주의 전횡에 대한 소액주주의 이익보호를 내세웠지만 종국엔 막대한 이익을 챙겨 떠났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소액주주 보호를 지배구조개선이 아닌 투기자본의 힘을 빌리다가는 국부유출과 기업투자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은 “자본시장 완전 개방과 글로벌 주주자본주의 환경 하에서 노출된 한국 우량 기업그룹들이 국제 기업사냥꾼들에게 약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경제정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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