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5일자 25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개포시영아파트는 지난 1984년에 지어진 5층 아파트다. 총 1970가구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개포동 아파트 단지들 가운데 가장 입주가 늦은 단지다. 길 하나만 건너면 비슷한 시기에 들어선 9~13층의 중층 대형아파트인 현대1·2차아파트가 있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개포시영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첫 정비계획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했다가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 뒤 정비안을 두 차례 다시 제출했지만 서울시 소위원회의 문턱에서 막혔다. 문제는 소형주택(전용면적 59㎡이하)비율이었다. 개포시영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소형비율을 21.88%로 고수해 왔지만 서울시는 이보다 좀 더 늘릴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시영아파트의 분위기는 인근 단지들과는 다소 다르다. 서울시 요구대로 소형 비율을 늘리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여론이 바닥층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것. 이승희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은 24일 “소형비율을 30%까지 늘리는 방안으로 소유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중이며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위원장은 “‘원안 고수’라는 강경했던 입장이 작년 말 고덕 시영이나 대치동 삼일아파트 등을 보며 바뀌었다”며 “대형 중심으로 재건축승인을 받았던 단지들이 정작 주민들이 소형주택 분양을 원하면서 사업이 번복되는 상황에서 대형을 고집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방향을 튼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게 대형을 줄여 확보한 면적은 일반분양으로 돌려 조합원들의 1인당 평균 재건축 분담금을 3000만원 가량 낮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공개자료에 따르면 시영아파트 전체 가구의 50%에 해당하는 전용 40㎡형의 매맷값은 지난 1월 평균 5억7160만원에서 4월 5억2500만원으로 떨어지며 내림세다. 새 정비안이 통과될 경우, 40㎡ 보유자의 재건축 분담금은 신축 59㎡형으로 이동시 약 3000만원, 85㎡은 2억7500만원~4억500만원 가량이 된다.
현 시점에서 새 아파트 59㎡의 가치가 5억5500만원, 85㎡는 8억원~9억3000만원에 해당하는 셈이다.
추진위는 25일까지 설문조사를 마치고 ‘100인 추진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모은 뒤 강남구청에 새 정비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포시영아파트의 재건축 방향전환이 최근 부동산시장의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서정욱 김광수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의 아파트값 변동추이를 보면 대형보다는 중소형이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덜한 편”이라며 “아파트 시장의 버블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시장 추세가 투영된 결과지만, 정확한 추가분담금 내역은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나 산출이 가능한만큼 실제로 재건축 비용이 감소할지 여부는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고 다소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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