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미술투자에도 적용된다. 지난주 서울옥션이 실시한 경매 ‘My First Collection’에서 10만~300만원의 작품이 87.9%의 낙찰률을 보였다.
| ▲ 이한우 ‘아름다운우리강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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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동 경향갤러리도 미술계 신진·중진 작가 165명의 작품을 모아 90만원에 판매하는 ‘90만원전’을 마련했다. 2일 시작돼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첫날부터 성황을 이뤘다. 전시장에 걸린 300여점의 작품 중 10%가 하루 만에 팔렸다.
2007년 ‘70만원전’을 처음 연 뒤,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매년 계속되는 이 전시는 미술품을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기던 인식을 바꾸고 미술 애호가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예술성 있는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자리이다.
한국화와 서양화, 조각, 도자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원로 및 중진 작가들의 소품을 모았다. 1~2년 사이 제작된 신작이 많고 일부 작가들은 ‘90만원전’을 위해 특별히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 ▲ 노광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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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는 10호(53×40.9㎝) 크기가 대부분이다. 출품 작가마다 호당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보통 호당 20만~70만원대에 회화가 판매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10호에 90만원이라는 가격은 파격적이다.
경향갤러리 김순옥 관장은 “컬렉션의 묘미를 느끼는 동시에 미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가격을 낮췄다”며 “작품 소장뿐 아니라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던 소중한 분에게 선물을 해도 좋은 기회”라고 한다.
한국화 분야에서는 강규성, 곽석손, 권희연, 민경갑, 선학균, 성태훈, 최한동씨 등 46명의 작품이 나왔다. 서양화 분야에서는 강창열, 고광복, 김명록, 김용모, 서봉남, 안대현, 이두식, 정재호, 차일만, 하진용씨 등 86명이 참여했다.
| ▲ 곽석손 ‘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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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작가이며 현재도 활동하는 권옥연, 민경갑 화백의 작품이 관심을 모은다. 굵은 윤곽선에 다채로운 색으로 한국의 자연과 정물을 담아낸 이한우 화백의 경우, 판화의 형태로 작품이 출품됐다. 집안에 장식용으로 놓아두면 좋을 도자기도 대거 출품됐고 단순하면서도 선(禪)적인 느낌을 주는 한진섭의 작품과 아프리카에서 온 쇼나 조각도 다수 출품됐다.
갤러리 측은 과열구매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전시기간 중 작품이 판매되면 즉시 교체작품을 내걸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김용모, 민경갑, 최장한씨의 작품이 인기가 있어 작가당 평균 10점 이상씩 판매되기도 했다. 특히 바닷가, 항구 풍경을 그리는 작가 차일만씨의 작품은 27점이나 판매될 정도였다.
판매 수익금 중 일부는 자선기금 마련을 위해 경향신문이 펼치고 있는 천사운동에 쓰일 예정이다. 갤러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에는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02)6731-6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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