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꿈틀대지만…여전한 '불황형 흑자' 우려

삼성 갤스7 등 스마트폰 수출 개선 눈에 띄어
여전히 수출은 마이너스…반등 논하기는 일러
외국인 국내투자 9개월째 감소…또다른 '뇌관'
  • 등록 2016-04-01 오전 9:49:51

    수정 2016-04-01 오전 10:01:49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 업체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차량들이 제품을 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48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이후 48개월째 ‘사상 최장’ 흑자다. 지난 2월 경상수지도 75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건 국제간 경상거래에서 벌어들인 돈이 지출한 돈보다 더 크다는 뜻이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았다는 얘기인데, 언뜻보면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나쁠 게 없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경제계 안팎에서 계속 논란이 되는 게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이 상대적으로 덜 줄어서 나오는 흑자라는 것이다. 수출과 수입이 함께 증가하면서 생기는 ‘건강한 흑자’가 아니라 서서히 가라앉는 와중에 그나마 수출로 연명하는 경제라는 얘기다.

지난 2월 역시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출 개선세가 눈에 띄긴 하지만 ‘반등’을 거론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전히 수출은 마이너스…반등 논하기는 일러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올해 2월 국제수지(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 2월 경상수지는 75억1000만달러 흑자였다.

상품수지의 흑자 규모는 79억달러였다. 지난 1월(79억달러)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이는 수출(372억3000만달러→365억5000만달러)의 감소 폭과 수입(293억3000만달러→286억5000만달러)의 감소 폭이 같기 때문이다.

경상수지가 흑자인 건 국제유가 영향이 크다. 우리는 원유를 전량 수입한다. 원유 비용이 줄어들면 그만큼 수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하락하면 연간 80억달러가량 경상수지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지난 2월 29.6달러 정도였다. 지난해 2월(55.6달러)보다 크게 낮았다.

수출이 다소 개선되는 기류도 있다. 선박(-46.1%) 디스플레이패널(-30.2%) 등은 여전히 불황의 늪에 빠져있지만, 정보통신기기(6.8%)는 플러스(+) 성장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005930) 갤럭시S7, LG전자(066570) G5 등 스마트폰 신제품이 각각 이동통신사에 공급된 물량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대다수 제품군도 전월 대비 수출이 개선세를 보였다. 승용차·부품(-5.5%) 화공품(-5.7%) 철강제품(-2.1%) 기계류·정밀기기(-0.5%) 등은 마이너스 폭을 크게 줄였다.

서비스수지의 경우 적자 폭(-12억7000만달러)이 축소됐다. 여행수지 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수출 감소 폭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여서 개선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최악의 한파’였던 연초의 기저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의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추후 세계경제는 하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세계경제가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우리 수출만 나홀로 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국인 국내투자 9개월째 감소…또다른 ‘뇌관’

이런 와중에 지난 2월 외국인 투자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식 채권 등 증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자금은 지난 1월 45억3000만달러 줄었는데, 2월 역시 32억6000만달러 감소를 나타냈다. 우리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되면서 감소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불안하게 비쳐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줄어든 건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째다. 외국인의 투자가 감소하는 건 소규모 개방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다.

한편 지난 2월 파생금융상품은 7억6000만달러 증가를 기록했다. 준비자산은 15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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