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는 母 두고 테니스 치러 간 의붓 父…딸 “경찰 때문에 증거 사라져”

  • 등록 2023-10-06 오전 9:54:05

    수정 2023-10-06 오전 9:54:05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두고 테니스를 치러 간 60대 남편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가운데 여성의 자녀들이 “경찰의 수사 지연으로 증거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
6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현재 뇌사 상태인 여성 A씨의 딸 B씨는 인터뷰를 통해 “엄마는 폭행에 의한 외상 가능성이 있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의붓아버지) C씨가 아니라면 외부 침입에 따른 폭행 가능성이 높은데도 경찰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아 증거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B씨에 따르면 사건 직후 집 곳곳에는 A씨의 혈흔이 묻어 있었다. 또 집 안 가구들도 망가져 있었으며 A씨의 목과 쇄골, 옆구리, 종아리 등 온몸에서 멍이 발견됐다고.

B씨는 “외부 침입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했지만 경찰은 인근 CCTV 등 현장 증거를 수집하지 않았다”며 “유일하게 남은 증거는 혼수상태에 빠진 엄마뿐”라고 호소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뇌사 상태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A씨의 퇴원 일자가 다가오고 있던 것.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A씨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 소재 1급 대형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상급 병원에 입원 가능한 기간은 최대 6주로, 이달 말 퇴원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에 B씨는 “병원 수십 곳에 문의를 했으나 뇌사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범죄피해자보호센터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B씨는 “범죄 피해가 입증이 돼야지만 치료비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현재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전했다.

앞서 피해자 A씨는 지난 5월 9일 오후 6시쯤 인천 강화군 자택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C씨는 테니스를 치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아내를 보고 사진을 찍어 의붓딸에게 보냈다.

그리고 아무런 구호 조치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외출했고 사진을 본 의붓딸이 119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이 있던 인물로, 그는 조사에서 “아내와 그런 일로 더 엮이기 싫어 그냥 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7월 유기치상 혐의로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B씨의 머리 부상과 관련 의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며 반려했고, 다시 2개월간 보완 수사를 하며 의료계에 법의학 감정을 의뢰하고 C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달 25일 법원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오는 10일 C씨를 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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