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 알아듣는 TV, 20년만에 다시 나온다

삼성·LG, 내년 CES서 음성인식 스마트TV 공개
인식률 높아지고 음성으로 문자입력도 가능
음성인식 내장되는 아이TV·구글TV '견제'
  • 등록 2011-12-20 오전 11:52:54

    수정 2011-12-20 오전 11:52:54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금성사(현 LG전자)가 지난 1990년대 초 업계 최초로 출시했던 음성인식 TV는 1년도 채 안 돼 단종됐다. "켜져라", "꺼져라" 등 간단한 음성 명령어로 작동하는 기능이었지만, '인식'이 잘 안됐다.   사람의 음성을 자동으로 분석해 반응하지 않고, 단순히 저장된 음성과 똑같은 소리만 인식하는 기능은 천덕꾸러기 기능에 불과했다. 당시 소비자들에겐 리모컨이 훨씬 편리했다. 음성인식 기술은 그렇게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LG 한 관계자는 "당시 음성인식 기술이 유망한 기술로 인정받아 냉장고 등 다른 가전에도 탑재하는 것을 적극 고려했지만, 사실상 상용화에 실패했다"면서 "소비자들은 리모컨 버튼을 더 편리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1980년대부터 종합기술원에서 음성인식 기술을 꾸준히 연구했지만, 이렇다 할 상용화 제품을 선보이지 못했다.   그로부터 20여년. 음성인식 기술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올해 애플의 음성인식 기술인 '시리'가 주목을 받자, 주요 전자업체도 음성인식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하는 움직임이다. 내년이 '음성인식 부활'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에서 음성인식 기능을 담은 스마트TV를 일제히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는 리모컨에 음성인식 기능을 담은 스마트TV용 '매직모션 리모컨'을 내놓을 예정이다. CES에 처음 공개한 이후 내년 1분기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사투리, 억양, 목소리 등을 완벽하게 구분할 정도의 완성도는 아니지만, 음성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작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성으로 문자를 인식하는 기능까지 갖춰 TV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예전에는 저장한 명령어만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각 상황에 맞는 언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한다"면서 "한국어 외에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4개 언어를 인식할 수 있고, 중국어 등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LG전자의 스마트TV.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전시회 CES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005930)도 이번 CES에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TV를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음성인식업체인 '블링고'와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자체 운영체제(OS) '바다 2.0'에서 블링고의 솔루션을 사용한 음성인식 기능을 담기도 했다.

삼성 한 고위관계자는 "독자 기술로 개발하기에는 각국 언어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작업이 너무 방대하다"면서 "해외 업체와 협력해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시 음성인식 기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애플 때문이다. 올해 애플의 '아이폰4S'에 탑재돼 화제를 모은 애플의 음성인식 기능 '시리'가 애플의 스마트TV인 아이TV에도 탑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글도 자체 음성인식 기술인 '보이스액션'을 내년 구글TV에 내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음성언어정보연구부장은 "검색, 예약주문 등 애플 시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지면 또다른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면서 "그동안 음성인식과 관련해 큰 움직임이 없었던 삼성과 LG도 적극적으로 음성인식 기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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