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PB상품, 묻지도 따지지 않아도 될까`

(유통 이슈&이슈)대형마트 자사브랜드 제품 품질 논란
마트·제조사 "원제품과 성분 일부 차이, 품질 안떨어져"
"성분차이도 가감없이 알려야"지적
  • 등록 2009-02-20 오전 11:28:47

    수정 2009-06-26 오전 8:10:05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유통업계가 대형마트 자사브랜드(PB 혹은 PL) 제품에 대한 품질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특히, 먹거리 제품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현재 대형마트 PB제품의 90% 이상은 중소기업 제조업체가 만든다. 나머지 10% 정도를 대기업이 만들고, 그 중 상당부분을 먹을거리(가공식품)와 생활용품 등이 차지한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대기업 제조업체의 브랜드 제품(NB, National Brand)과 대형마트의 PB 제품간의 품질 차이가 나는지`, 또 `난다면 얼마나 나느냐`가 관심거리다.

당사자인 대형마트들은 NB제품과 품질에 있어 차이가 미미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싼게 비지떡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관련 대형마트나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논란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PB제품을 만들어낸 대기업 제조업체들은 'NB제품과 품질 차이는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괜한 오해로 유통업체와의 향후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우려해서다.

◇ PB가 도대체 뭐야?

'PB(Private brand)'는 자사(자체) 브랜드란 뜻으로,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업체가 상품을 기획해 제조업체에 생산을 주문한 뒤 자체 상표를 붙여 파는 것을 말한다. 대개의 대형마트들은 PB를 쓰지만, 신세계(004170) 이마트만 유일하게 같은 개념의 'PL(Private Label)'을 사용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유통단계를 줄여 제조업체의 공장에서 직접 가져와 매장에 내놓으면 되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직접 개발해 판매하는 NB제품보다 물류비용이 적게 든다. 또 제품 홍보 등을 위한 마케팅·유통비용도 거의 없다. 때문에 NB제품보다 가격이 대개 20~30% 가량 싸다.

특히 요즘처럼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선 이런 PB가 주부들에겐 '효자'나 다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형마트들이 소비자들의 이익만을 고려해 PB를 만든 건 아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상황에서 PB 확대를 통해 영업마진을 높일 수 있는 계산이 기저에 깔려 있다.

PB제품의 마진은 NB제품보다 통상 3~5%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PB제품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대형마트들의 수익성도 좋아지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대형마트 3사의 PB제품의 매출 비중은 대략 20%대다. 홈플러스가 25%,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각각 20%와 17%를 차지하고 있다. 품목 수도 업체별로 약 1만여개 내외,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 PB 믿고 먹어도 되나

상대적으로 값이 싼 대형마트 PB제품의 품질 수준은 어떨까. 일부에선 가격이 저렴한 만큼 품질도 그에 비례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 걸까.
 
대형마트와 제조사의 말을 종합해보면, PB제품이 NB와 비교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구입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뜻이다. 다만, 성분에 있어서 일부 차이가 있어 품질상 미세한 차이는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일단 대형마트들은 '신뢰가 생명'인 업(業) 특성상 품질 있어서만큼은 NB제품과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항변한다. PB제품과 NB제품 사이에 성분에 있어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품질이 떨어지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PB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대기업 제조업체와 품질 등에 대해 논의한 만큼 하자가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PB제품은 원료와 성분, 품질에 대해 제조업체와 협의에 협의를 거친다"며 "가능한 NB 제품과 비교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트 관계자도 "대기업 제조사와 합작해 만든 PB제품의 경우 제조회사들의 기존 제품과 똑같은 공정을 거쳐 똑같은 라인에서 제품이 생산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기업에서 만든 PB제품의 원료와 생산라인은 일부를 제외하곤 기존 NB제품과 거의 동일하다. 이마트의 경우 봉평샘물·왕후의 밥·이마트 맑고 신선한 식용유 등이 그렇고, 홈플러스의 좋은상품 카스타드·빅샌드·에이스·우유도 이에 해당한다. 롯데마트(롯데쇼핑(023530))의 와이즐렉 초코파이와 카스타드·샘물·김밥속햄 역시 제조사의 NB제품과 같은 원료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아래 표 참조)

제조업체들 역시 대형마트의 입장과 비슷하다. PB제품들이 기존 자사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품질면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단, 성분과 PB제품의 타겟이 일부 다른 만큼 품질에 있어 일정부분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섬유 유연제의 경우 정전기 발생 억제 등 핵심 기능에서 NB제품과 큰 차이가 없지만, 피부보호기능과 향 지속력 등에 부수적인 기능에서 있어선 PB제품이 일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자사 브랜드 제품과 대형마트 PB제품의 성분에 있어 일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품질이 낮다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며 "대형마트 PB제품이 절대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개발단계에서부터 타겟 NB제품과 컨셉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성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면서 "모든 PB제품을 NB제품과 같은 잣대에서 비교하거나 평가하는 건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 PB-NB, 품질 차이 왜?
 
그렇다면, 대형마트 PB제품과 NB제품간의 성분이나 품질에 있어 일부이긴 하지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대형마트가 PB를 만드는 제조사 측에 경쟁사의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마트 측은 제조사의 제품이 아닌, 경쟁사의 NB를 벤치마킹 제품으로 정하고 그 수준에 맞춘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경우이다.
 
예를 들자면, A라는 마트가 제조사 B에게 경쟁사인 C사의 D제품과 유사한 PB를 만들어달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기존 NB제품과 맛 등이 비슷하긴 하지만 똑같은 제품을 현실적으로 만들어내긴 힘들다는 게 대형마트 측 설명이다.
 
또한 PB 제조 협의과정에서 대형마트가 제조사 측에 NB제품과 맛·성분·품질 등이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도 품질 등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제조사 측에 NB와 유사한 맛과 기준의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아예 똑같은 제품을 만들 것을 요구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물론, 일부 PB제품의 경우 기존 NB제품과 맛·성분·품질 등이 같고 포장지만 바꾼 제품도 있다. 이밖에 제조사가 자사 NB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일부 성분을 빼는 경우도 있다.
 
◇ 판단은 현명한 '소비자 몫'

일각에선 대형마트들이 제조과정에서 NB제품과 성분이 일부 달라 미세한 품질차이가 있는 걸 알면서도 'NB와 동일하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은 문제란 시각이 있다. 이는 사실상 소비자를 기만한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선 '성분이 다르고 품질에 있어 일정부분 차이가 난다'는 것을 가감없이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판단은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대형마트 PB제품을 고를지, 아니면 기존 NB 제품을 고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 스스로 브랜드나 제조업체만 보고 제품을 고르기보다 제품의 품질이나 성분 등을 꼼꼼히 따져 구매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마트 3사 PB, NB와 원료 및 생산라인 비교(자료: 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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