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승소, 홈플러스에 어떤 영향?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신세계(004170)가 웃었다. 월마트 점포 매각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벌인 지리한 법적 공방에서 먼저 미소를 지은 것이다.

3일 신세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는 점포매각 명령 등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인 신세계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06년 9월, 신세계가 인수한 월마트 점포 16곳 중 독과점 우려가 있는 4개 지역(인천·부천, 안양·군포·의왕·과천, 대구 시지·경산점, 포항점)의 4∼5개 점포를 매각하라는 조건으로 월마트와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신세계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우선 공정위의 독과점 우려가 있는 4개 지역의 4∼5개 점포를 매각하라는 결정에 대해 대구 시지·경산 지점을 제외한 지역은 신규출점이 예정돼 있어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마트가 월마트 인수로 시장 점유율은 높아지겠지만, 동일한 상권에 타사의 점포가 출점이 예정된 만큼 이를 독과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 매각 점포에 대한 재매각을 상위 3사를 제외해야 한다는 기준에 대해서도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렸다.

◇신세계-공정위 `희비 교차`
 
신세계는 이번 공정위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자,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다.

신세계 측은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별도의 보도자료 없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앞으로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더 강화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만 밝혔다.

반면 공정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패소와 관련, "판결내용을 파악하지 않아 구체적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면서 "상고여부에 대해 추후 판단하겠다"고 밝혀 향후 대법원 상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홈플러스, 공정위 결정 여유 찾나?
 
이번 신세계의 승소로 현재 기업결합심사 중인 홈플러스와 홈에버 인수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신세계의 전철(前轍)을 홈플러스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위는 홈플러스의 홈에버 기업결합심사를 마무리했으며, 이달 중순쯤 전원회의를 열어 양사의 기업결합 여부를 결론낼 예정이다.

공정위는 홈플러스 심사에서 신세계가 월마트를 조건부로 인수할 당시 기준을 큰 틀에서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 5월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에버 점포(36개) 중 일정 부분을 되팔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홈플러스 입장에선 향후 공정위 결정에 한결 여유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정위가 조건없이 일괄 인수를 승인할 경우가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만의 하나 점포 매각이란 조건부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소송전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홈플러스는 향후 공정위 결정 이후의 상황을 가정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홈플러스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이번 신세계 승소와 관련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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